이번 폭우에 실종된 환경미화원을 찾기 위해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이 씨와 함께 수색작업을 벌이던 이들은 이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전날인 12일. 오전부터 폭우가 쏟아지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남양주시 해병전우회 회원이 하나 둘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이 씨의 지휘에 따라 용암천 주차장에서 물에 잠긴 버스 3대를 끌어냈다.
이날은 이 씨 부친의 기일. 밤늦게 귀가한 이 씨 때문에 가족들은 밤 12시에야 제사를 드렸다.
평소 어린아이 발목 정도밖에 물이 차지 않던 강은 검붉은 물을 토해 내며 위세를 부렸다.
이날 오전 10시 45분경 강 중앙으로 진입하던 이 씨는 발을 헛디디면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동료들이 3분 만에 그를 구해냈지만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이 씨가 사고를 당한 용암천 부근은 4년 전 수해 때도 소방관과 어린이의 목숨을 앗아간 곳.
부인 박미자(44) 씨와 딸 이미나(22) 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다 군대에서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뒤늦게 장례식장으로 들어선 아들 재영(20) 씨를 보고 또다시 통곡했다.
지난해 1월부터 지회장을 맡은 이 씨는 그동안 지역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친 공로로 남양주시장상, 소방방재청 우수봉사상 등을 받았다. 9월 향군의 날엔 공로휘장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는 가업으로 운영하던 슈퍼마켓을 몇 개월 전 정리한 뒤 친지들에게 “이제 봉사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해 왔다.
남양주=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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