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두 전직 원장이 국정원의 불법감청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방관한 혐의가 인정된다 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불법감청이 관행으로 이어온 점, 공소시효 만료로 이전의 전직 정보기관장들은 기소되지 않은 점, 불법감청을 묵인하거나 방관하는 방식으로 소극적으로 관여한 점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성원)는 14일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며 불법감청을 지시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돼 보석으로 풀려난 두 전 원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불법감청을 단속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도 이를 단절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범행을 공모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불법감청에 대한 정치적·행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불법감청은 헌법상 보장된 통신의 비밀과 자유,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그러나 외부에서 영입돼 짧은 기간 재직한 국정원장에게 과거부터 이어져온 불법행위에 대해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선고 직후 신 전 원장은 "불법감청을 용인했다는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고 임 전 원장은 "변호인과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두 전직 원장은 국정원장 재직 때 감청부서인 8국 산하 감청팀을 운용하면서 국내 주요 인사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불법감청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정효진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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