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브로커’ 김홍수 파문]부장판사에 작년 200만원 송금

  • 입력 2006년 7월 15일 03시 00분


법조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현웅)는 조모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카펫 수입판매업체 대표 김홍수(58·수감 중·사진) 씨에게서 2000만 원 상당의 수입산 카펫과 현금 200만 원, 고가의 도자기 등을 받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검찰은 조 부장판사의 계좌에서 지난해 초 김 씨 쪽으로부터 200만 원이 송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사건 청탁과의 연관성 여부를 집중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김 씨는 검찰에서 “조 부장판사가 지방으로 근무지를 옮겨 전별금으로 준 것”이라며 “도자기 등도 오랫동안 친구처럼 지낸 조 부장판사에게 순수한 뜻에서 준 선물일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부장판사를 이르면 15일 다시 불러 김 씨와 대질 신문할 예정이다.

▽입 다문 김 씨…검찰 수사 난항=그동안 검찰 조사에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던 김 씨는 자신이 ‘법조 브로커’로 일제히 언론에 보도되자 14일부터 입을 다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이날 “이제는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지금 진행 중인 2심) 재판에도 관심이 없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일부 사실을 인정했지만 더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김 씨가 입을 다물면서 수사팀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김 씨는 조 부장판사에게 준 카펫에 대해 “조 부장판사가 이전에 내 가게에서 구입해 간 카펫을 새 카펫으로 바꿔 준 것이며, 시가는 2000만 원 정도지만 실제 수입 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분 있는 법조인들에게 돌린 굴비 세트도 명절 때 딱 한 차례 가까운 지인들에게 보낸 게 전부라는 것.

그러나 검찰은 조 부장판사가 김 씨에게서 고가의 선물과 접대 등을 받은 시점에 주목하고 대가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김 씨가 조 부장판사를 통해 후배 판사를 소개받아 이들이 맡은 재판과 관련해 청탁을 했다는 참고인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

▽검찰이 키운 사건?=김 씨 사건에서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이번 사건을 제보한 박모 씨를 둘러싼 의혹도 풀리지 않고 있다. 애초 박 씨는 김 씨와 동업 관계였고, 김 씨에게 사건 청탁도 한 사이였다.

박 씨는 2001년 9월 위증 혐의로 기소중지되자 김 씨에게 기소중지를 풀어 달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검찰에 얘기해 풀어 주겠다”며 알고 지내던 서울중앙지검 직원의 사무실로 박 씨를 데려갔다.

김 씨는 그 자리에서 이 검찰 직원에게 박 씨의 기소중지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 검찰 직원은 수배자 신분인 박 씨의 신병을 확보하지도 않았고, 사건 청탁을 하러 온 관련자와 얘기를 나눴다. 이 같은 내용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씨의 1심 판결문에 나온 내용들이다.

이 검찰 직원은 김 씨에게 서울 강남지역의 경찰관을 소개해 김 씨가 판사와 검사, 변호사뿐 아니라 경찰로 인맥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대법원은 윤리감사관실에서 이번 사건 관련 판사들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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