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교 통합교과 논술]논술의 원리 ‘따지기 총론’

■ 해설

‘따지기’는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갖춰야 할 사고 활동이다.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자신의 입장을 공고히 하는데도 필요하다. ‘따지기’를 배우는 일은 곧 나의 삶을 위한 것이다. 논술이나 구술이 나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따지기’와 같은 사고 활동을 익히고 훈련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선시대 재상인 이항복이 어릴 적 옆집 주인과 감나무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다는 일화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항복의 집에 있는 감나무 가지 하나가 울타리를 넘어 옆집에 감이 열렸다. 옆집 주인이 그 감을 따 먹는 것을 보고 이항복이 항의를 하자 옆집 사람은 “내 집으로 넘어 왔으니 내 것”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이항복은 옆집으로 찾아가 주인이 기거하는 방문에 손을 밀어 넣은 다음 “이 손이 누구 손이냐?”고 물었고, 주인은 당연히 “네 손이지 누구 손이겠느냐?”고 답했다. 이어지는 결론이야 뻔하다. 옆집 사람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사과를 하고 변상을 했을 것이다. ‘따지기’의 멋진 승리인 셈이다.

이항복은 비록 어리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치를 들어 어른이 취한 행동이 부당하다는 반론을 제기해 승복을 받아 냈다.

구술과 논술 문제는 궁극적으로, 주어진 자료를 분석하기, 대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기, 대안을 제시하기, 어떤 견해 또는 주장의 타당성이나 정당성을 논리적으로 증명한 결과를 말하기·쓰기 등의 활동을 요구한다. 여기서 말하는 ‘논리적으로 증명(논증)’하는 것이 바로 ‘따지기’이다. 따라서 ‘따지기’는 구술이나 논술 시험에서는 굳이 밝히지 않아도 수험생들이 염두에 두고 따라야 할 바탕이 된다.

■ 응용

다음 글을 읽고 ‘자립형 사립고’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하시오.

(가) 자립형 사립고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교육적 욕구를 수용해 사교육비를 공교육으로 흡수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추진된 것이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자립형 사립고가 운영되면 학력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한 고교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그만큼 절약된 교육 예산이 공립학교에 집중되어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무분별한 조기 유학 바람이 수그러들 것이다.

(나) 자립형 사립고 제도의 확대 시행은 우려되는 바가 많다. 자립형 사립고는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어, 대학 서열화에 이어 고교 서열화를 불러올 것이다. 돈 많고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귀족 학교’가 사회적 위화감과 교육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새로운 입시 경쟁과 사교육비 부담을 부추길 것이라고 본다.

(가)와 (나)는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 전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를 토대로 ‘자립형 사립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자립형 사립고’를 둘러싼 여러 논점을 따려 보아야 한다.

먼저 자립형 사립고의 ‘개념’이 무엇인지, 이것의 시행이 가져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자립형 사립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와 (나)에서 제기한 자립형 사립고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화하고 부정적인 측면을 해소할 수 있도록 ‘변증’적으로 따져 보아야 하는 것을 물론이다.

이양근 파사쥬논술 대표강사

◎ 다음 논제 써서 보내요

논제 1. (가)의 내용을 참고로 할 때 (나)에 나타난 허생의 경제 행위가 투기적 행위인지 따져 보고 그 이유에 대해 말하시오.(500자 내외)

논제 2. (다)를 참고로 할 때 (라)와 같은 법률이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말하시오.(500자 내외)

논제 3. 투기적 거래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핵심적 차이에 대하여 따져 보시오.(600자 내외)

※유의사항=논제 1, 2, 3에 대해 각각 답안을 작성할 것.

■ 제시문

(가)우리 주변에는 재화 가운데 유달리 수요와 공급의 변화가 심해 가격이 수시로 변하는 상품이 있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농산물 그리고 주식이나 외환과 같은 상품들이 그런 것들이다. 이렇게 가격 변동이 심한 재화 시장에서는 가격 차이를 이용하여 이득을 얻기 위한 목적의 거래, 즉 투기적 목적의 거래가 성행하게 된다. 투기란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가격 상승을 가져와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이 많다.

그러나 투기적 거래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만일 투기적 거래가 시장 질서를 흐리는 나쁜 행위라면, 모든 거래가 투기적 거래인 주식 시장이나 외환 시장도 좋지 않은 장소라고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투기는 결코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투기는 미래에 가격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래에 나타날 급작스러운 가격 변동을 사전에 분산시킨다는 긍정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대한교과서, ‘고등학교 경제’]

(나)허생은 만 냥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안성(安城)으로 내려갔다. 안성은 경기도, 충청도 사람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삼남(三南)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대추, 밤, 감, 배며 석류, 귤, 유자 등속의 과일을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허생이 과일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잔치나 제사를 못 지낼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허생에게 두 배의 값으로 팔았던 상인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었다. 허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만 냥으로 온갖 과일의 값을 좌우했으니, 우리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칼, 호미, 포목 따위를 가지고 제주도(濟州島)에 건너가서 말총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 해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지 못할 것이다.”

허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망건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박지원, ‘허생전’]

(다)내년부터 원자재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 장관이 가격을 제한하거나 재고 물량을 방출하도록 명령할 수 있게 된다. 산자부는 19일 고철, 비철금속, 화학섬유 원료 등 주요 원자재의 수급 조절과 가격 안정을 위해 ‘부품·소재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 법률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산자부 장관은 원자재 파동이 생기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부품·소재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가격 제한과 긴급수급조정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긴급수급조정 조치는 매점매석 단속과 재고량 방출 명령 등으로 구성되며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가격 제한 조치는 원자재 값이 안정됐다고 인정되면 즉시 해제해야 하며 긴급수급조정 기간은 최대 6개월로 제한된다.- 동아일보, 2004. 5.19.

(라)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3조의2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금지) 시장지배적 지위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남용행위’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이하 ‘가격’이라 한다)를 부당하게 결정ㆍ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2.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

3.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4.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

5.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거나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

제7조 (매점매석 행위의 금지) 사업자는 폭리를 목적으로 물품을 매점하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로서 재정경제부 장관이 물가의 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여 매점매석 행위로 지정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9조 (시정명령 등) 주무부장관은 제7조의 규정에 의한 매점매석 행위를 하고 있는 사업자에 대하여는 그 행위의 시정 또는 중지를 명하여야 한다.

제26조 (벌칙) 제7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매점매석 행위를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논제

논제1. 제시문 (가)를 읽고 현대 사회에서 영상 이미지가 갖는 중요성에 대해 논하시오.(500자 내외)

논제2. 제시문 (나)의 필자가 오늘날 영상 계몽이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 이유에 대해 밝히시오.(500자 내외)

논제3. 제시문을 바탕으로 할 때 (다)의 보도사진은 진실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시오.(단, ‘영상문맹, 영상계몽’이라는 단어를 반드시 사용할 것. 500자 내외) [제시문은 7월 4일자 이지논술 2면 또는 이지논술 사이트 참조]

■ 학생글

이재웅·서울 광성고등학교 3학년

<논제1>

현대사회는 ‘영상사회’로 불릴 만큼 영상 이미지의 영향력이 크다. 과거 활자매체가 주를 이루던 사회에서는 영상 이미지가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텔레비전과 같은 영상 매체가 널리 보급되고 발달함에 따라 영상 이미지는 ①가장 기초적이면서 지배적인 통신수단이 되었다. 영상 이미지는 ‘광고’라는 이름으로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광고’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②텔레비전이나 신문 속의 광고뿐만 아니라 길을 가다 흔히 볼 수 있는 표지판, 간판 등도 이에 속한다. 이런 광고 속에서 ③영상 이미지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포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해독하는 일을 한다. ‘영상사회’의 대화는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가)[사실, 과거의 문자의 역할에 비하면 미미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 추세로 볼 때, 영상 이미지는 충분히 그것을 뛰어넘게 될 것이다. ④다른 혁신적인 매체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논제2>

(나)[영상은 문자와 달리 해석의 다양화가 나타날 수 있다. 보는 ⑤관점에 따라, 처한 상황에 따라 같은 그림(혹은 사진)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문자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데 반해 영상은 그것을 최대한 숨기려 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

(다)[해석하는 데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온다는 것은 달리 말해 그만큼 해석이 어렵다는 말이다. 이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바로 ‘영상문맹자’이다. 영상은 문자와 비교했을 때 복잡하고 어려운 수단임에 확실하다. 영상이미지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한 기초지식이 필요하고, 주관적인 감정도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는 제약이 따른다.] 이런 사항들을 만족하지 못하면, 해석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의사소통이 힘들어지게 된다. 지금 이런 상황은 ‘문자문쟁자’가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렇기에 이들을 위한 영상 계몽은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논제3>

손기정 선수의 보도사진을 대하는 태도에는 여러 관점이 존재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사진은 명백히 진실을 왜곡한 사진이다. 이미지를 고의로 조작하여 내용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라)⑥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진을 조작했다고 보는 것보다 조작된 상황의 사진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사진 속 침울한 얼굴의 주인공은 분명 대한민국 사람이며, 단지 조국을 잃고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가슴에 일장기를 단 것 뿐이다. 만약, 일장기를 단 손기정 선수의 사진을 그대로 보도했다면, 제3자는 그것을 ‘일본인의 마라톤 우승’이라 생각할 것이다. 이것은 진실이 왜곡된 것이며, 그것은 영상 문맹과 다를 것이 없다. 일장기를 지운 동아일보의 행동은 영상 계몽을 잘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 첨삭지도

이재웅 학생은 짧은 호흡으로 글을 이끌어 나가는 점이 우수하다. 글이 대부분 단문이고, 불필요한 접속사의 사용도 거의 없다. 이렇게 단문을 사용해 논지를 펼쳐 나가는 것은 필자의 생각이 훨씬 간결하고 명쾌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반면 한 가지 큰 오류가 발견된다. 출제자가 논제를 위해 인용한 제시문의 내용을 논술문에서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용이 빈약하다는 느낌이고 빈칸을 채우려 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짧은 논술에서의 이 같은 오류는 큰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① 첫 문장에서 ‘가장 기초적이면서 지배적인’이라는 말보다는 ‘가장 중요한’이라는 말이 바람직하다. 또한 둘째 문장에서 부사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적절해야 하는데, 여기서 ‘생활에’를 ‘생활과’로 고쳐야 한다.

② 대명사는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정확한 사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여기서 ‘이에 속한다’는 바로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영상 매체에 속한다는 말이므로, 이럴 때에는 ‘텔레비전이나 신문 속의 광고뿐만 아니라 길을 가다 흔히 볼 수 있는 표지판, 간판 등이 그러한 관계를 증명한다.’라고 고치는 것이 좋다.

③ ‘영상이미지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포하고 있으며’에서 ‘말하다’의 주어가 생략되어 있다. 즉, ‘영상이미지는 영상제작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포하고 있으며’로 고쳐야 할 것이다.

④ 마지막 문장에서 ‘―등장하지 않는 이상.’으로 끝을 맺고 있다. 논술문은 감상문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여운을 주는 듯한 표현이나 멋을 부리는 표현은 피하고 완전한 문장으로 진술하는 것이 좋다.

⑤ ‘∼따라, ∼따라’ 같은 구절의 반복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는 관점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로 고치는 것이 좋다. 또, 습관적으로 ‘말이다’와 같은 어투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⑥ 논술에서 ‘나’라는 1인칭 표현은 삼가야 한다. ‘그렇기에 당시 한국인이었다면 누구든 그 사진에 숨겨진 진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로 고쳐야 한다.

(가) 논제 1에서 요구하는 영상매체가 중요한 이유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으므로 뒤에 그 내용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 인간의 삶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건이 될 영상매체의 영향력이나,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영상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수적이 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 필요하다.

(나) 위 글에서는 영상 해석의 어려움을 표현하고자 첫 문장을 제시하고 있는데, 문자도 얼마든지 해석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타당성 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영상이 문자와 달리 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가 제시되어 있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 영상 매체의 해석이 어렵다는 의미를 지닌 문장이 다른 형식으로 반복되고 있다. 영상 매체의 해석이 어렵다는 것은 한 문장으로 압축하고,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영상을 보는 법을 깨우치게 하는 영상 계몽이 현재 진행형으로 필요함을 언급하는 것이 낫다.

이석록 대치메가스터디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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