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이후 벌어졌던 25년간의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것처럼 보였던 신청사 건립 문제가 막판에 제동이 걸린 것. 이에 따라 당초 5월 착공, 2009년 5월 완공 계획은 착공 시기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입주 시기도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됐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14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회 회의에 신청사 건립계획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지난달 16일 문화재위원회가 현 서울시청 뒷마당 터에 지상 21층, 최고 89m 높이로 건립이 계획된 서울시 신청사에 대해 “인접한 덕수궁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의를 보류한 이후 7월 재심 요청을 추진해 온 바 있어 수정안 미제출은 예상을 깬 조치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착공 자체가 불가능하다.
문제가 된 신청사 외관 디자인은 ‘항아리’ 모양으로 서울시는 “도자기, 한복 소매, 한옥 처마선 등 한국적 전통미에서 유래한 부드러운 곡선 조형을 담고 있다”고 평가해 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화재위원회의 ‘경관 부조화’ 지적이 있었고 시장도 바뀌었기 때문에 서울시 안을 새로 확정해 제출할 방침”이라며 “서두르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신청사 건립 실시 설계 적격자로 선정된 삼성물산컨소시엄 측에 기존 당선안과 다른 복수의 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이른 시일 내 착공’ 방침에서 ‘외관디자인 재검토’ 쪽으로 선회한 데에는 문화재위원회의 지적 외에도 현재의 건물 디자인에 대한 오세훈 시장의 부정적 견해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 시장은 신청사 건립 계획을 보고받고는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스토리가 있는 건물이었으면 좋겠다”며 외관 디자인 변경을 희망했다는 것.
오 시장은 또 강북 도심 부활, 현재 600만 명인 외국인 관광객 수를 임기 내 1200만 명으로 늘리는 것 등 자신의 핵심공약을 실천하는 데 있어 신청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강북 도심 부활을 위한 4대 축의 하나인 숭례문(남대문)에서 덕수궁, 경복궁에 이르는 거리를 명실상부한 역사문화거리로 만들려면 신청사가 단순 사무 공간이 아닌, 눈길을 끄는 랜드마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관광 등의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해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한 두바이의 사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의 획기적인 외관 디자인이어야 신청사가 관광명소로 뿌리내릴 수 있고, 신청사 1∼6층 공간에 조성될 역사·문화·정보기술(IT) 체험공간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게 오 시장의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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