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공무원 사기꺾는 ‘내사람 인사’

  • 입력 2006년 7월 20일 0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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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부서에서 ‘정상적으로’ 만든 자료로 도지사가 객관적인 판단을 했다면, 적어도 이런 최악의 인사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김태호 경남지사가 최근 단행한 간부 공무원 인사와 관련해 경남도청의 한 공무원이 19일 한 얘기다.

인사 후유증으로 민선 2기를 시작한 ‘김태호 호(號)’의 항로가 험난해 보인다.

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는 “인사협약을 위반하고 낙하산 인사를 한 김 지사는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김 지사의 거짓말과 실정(失政)을 보여 주는 선전물을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청 안팎의 반응도 싸늘하다.

공무원 인사는 연공서열이든, 능력에 따른 발탁이든 나름대로의 기준이 적용된다. 관련 규정도 지키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김 지사는 특정인 파격 영전에다 전보 제한 규정마저 팽개쳤다. 고위직의 서열은 무시해버렸고 정년이 1년 반 남은 간부는 도정(道政) 연구관으로 편법 발령해 문제를 키웠다. 인사위원회는 서면으로 대신했다. 남해안시대 기획단과 공공기관 이전본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책임자를 바꿨다. 두 곳은 역점시책을 추진하는 부서다.

산하기관도 소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출자, 출연기관장 10여 명의 사표를 받았다가 한 명만 빼고 되돌려주었다. 측근을 경남발전연구원장으로 앉히기 위해 무리수를 두었다는 지적이다. 경남개발공사 사업이사는 정치인이 거쳐 가는 자리로 굳어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50대의 한 서기관은 “김 지사가 ‘내 사람 챙기기’를 한 데다 정치권과 ‘비선(秘線)’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때문 아니겠느냐.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지사와 가까운 전 도의원과 측근 등 몇 명이 개입한 흔적이 있다”고 쑤군거린다. 사실 김 지사의 1기 인사도 썩 매끄럽지는 못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좀 더 두고 보자”는 여론이 우세했다. 지사를 2년 이상 지낸 지금은 다르다.

도청 현관에는 김 지사의 좌우명인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글이 붙어 있다.

선거 공신이나 측근을 배려하면서 그들에게만 희망을 주면 어떻게 될까.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 유능한 인재들은 희망을 잃고 좌절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결국 320만 도민의 손해로 이어진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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