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산삼이 발견되지 않은 한라산에 시험적으로 심은 장뇌삼을 대부분 도둑맞은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오후 한라산 해발 700m인 제주 제주시 어승생 수원지 주변 기슭. 1992년 장뇌삼 종자가 처음 뿌려진 이 일대를 확인한 결과 한 뿌리도 찾기 힘들었다.
부근 계곡과 숲 속을 2시간가량 뒤졌지만 정상적으로 성장한 장뇌삼 한 그루를 발견할 수 없었다. 제주도 수목시험소는 1992년부터 어승생 수원지 주변에 3, 4차례 장뇌삼 종자를 심었다. 2000년 현지 조사 때 큰 것은 무게 4.8g, 뿌리 길이 17.1cm까지 자란 것으로 확인돼 장뇌삼 재배가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종자를 뿌린 지 10년쯤 됐을 때에는 10㎡에 수백 그루의 장뇌삼이 무더기로 뿌리를 내렸고 스스로 씨앗을 만들며 번식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이들 장뇌삼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전후. 한라산 장뇌삼 재배가 성공을 거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이비 심마니’가 대거 몰려들어 캐 가기 시작했다. 육지에서 원정 오는 경우도 있었고 일부 군인과 지역 주민 등도 가세했다.
제주도는 한라산 장뇌삼 재배가 성공을 거둔 것으로 결론짓고 2002년 시험 재배 사업을 중단했다.
김철수 수목시험소장은 “어승생 수원지를 비롯해 한라산 4개 지역에 장뇌삼 종자와 어린 묘목을 심어 야생 상태로 성장했기 때문에 산삼이나 다름없다”며 “무분별한 도채로 인해 장기 관찰을 할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한라산 장뇌삼:
장뇌삼은 산삼의 종자를 산속에 뿌려 야생 상태로 재배한 것. 제주도에서 시험 결과 장뇌삼은 해발 500m 이상, 최고 기온 28도 이하인 활엽수림에 잘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자와 어린 묘목 활착률이 60%가 넘는다. 성분 분석에서 사포닌 함량이 일반 인삼보다 1.5배가량 높다. 7년 근 한 뿌리에 5만∼10만 원이지만 한라산 장뇌삼은 희귀해 가격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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