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조정 포기한 여야=열린우리당은 불법점거 7일째였던 19일까지도 당의 입장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19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문희상 상임위원이 "정부는 기간산업 마비에 따른 해외신인도 추락과 공권력 무력화에 엄정하게 대처해야 하며 공권력 투입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 게 고작이었다. 그것도 당 차원의 입장이 아닌 개인 의견이었다.
재야노동가 출신인 이목희 의원은 "정부 여당이 일찍부터 대처했어야 했는데 늦었다"고 뒤늦게 자성론을 제기했다. 우원식 의원은 "이번 사태를 당정협의를 열 만한 사안으로 보지 않았는데 사안이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7·11 전당대회 후 새 지도부가 최고위원회의(18일), 최고중진연석회의(19일)를 연일 개최했지만 포스코 사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야 뒤늦은 대정부 성토가 줄을 이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모든 게 불법인 포스코 사태는 법이 왜 존재하는 지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고 대변인 명의로 노무현 대통령과 치안관계자들의 책임을 거론하는 논평이 나왔다.
한 당직자는 "전당대회 후유증, 당직인선 등으로 한동안 어수선했기 때문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정부 상황 대처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이 정치의 핵심 기능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번에 여야가 보여준 태도는 책임방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노당은 불법 지원 논란=포스코 불법농성을 옹호해온 민주노동당이 후폭풍을 맞고 있다. 20일 청와대가 '민노당은 불법행위를 지원하는 당'이라고 공격한데 이어 21일엔 열린우리당도 "불법 폭력 시위까지 옹호하는 것이 제도권 정당이 할 일이냐"며 가세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경기 평택 대추리 투쟁에 이어 포스코 사태에서 드러난 민노당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법 테두리 안에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도 "서민을 대표한다는 정당이 어떻게 불법농성을 부추겨 포항 시민과 국가 경제를 어렵게 할 수 있느냐"며 "민노당은 국가 법질서와 사회기강 확립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성명에서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몇 십 년 동안 방치한 정부와 보수정치권은 자신들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최소한 반성이 없다"며 "정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사용자 측의 불법행위에 대해 조사하라"고 여전히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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