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초기부터 단호하게 대응했다면 이번 사태가 9일씩이나 끌지 않고 조기에 마무리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불법 파업과 폭력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바람에 공권력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고 불법 폭력의 악순환을 불렀다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5월 경기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의 시위 때도 일부 시위대가 휘두른 목봉에 맞아 군 장병 10여 명이 다쳤고, 부상이 심한 병사 2명은 헬기로 병원에 이송됐다.
하지만 정부는 불법 폭력을 행사한 시위대를 일벌백계하기보다 오히려 공권력 자제를 강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평택 시위 당시 많은 장병이 다쳤는데도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시위대의 폭력에 인내심을 갖고 자제해 준 데 대해 믿음직스럽고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5월 말까지 집회와 시위 등 집단 불법 행위와 관련해 입건된 사람은 모두 4223명으로 지난해 1년간 입건된 7193명의 58.7%에 이른다. 하지만 구속된 사람은 93명으로 지난해 211명의 절반도 안 된다.
집단 불법 행위와 관련한 입건 대비 구속자 비율은 2003년 4.3%, 2004년 3.4%, 2005년2.9%, 올해 들어 5월까지 2.2%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갈수록 약해지는 당국의 대응이 불법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갈등 조정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번 포항사태 때도 정부는 초기에 수수방관하다 포항 시민의 비판여론이 비등해지자 뒤늦게 관계 부처 대책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말 농민시위 도중 농민 2명이 숨졌을 때도 청와대가 여론의 눈치를 살피다 당시 허준영 경찰청장을 문책 경질하는 등 무원칙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따라서 불법 폭력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권력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한성대 이창원(행정학) 교수는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 폭력사태에 엄정하게 대처하고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