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화재'… '홧김 방화' 노래방 주인 영장

  • 입력 2006년 7월 23일 15시 10분


8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서울 송파구 잠실동 N고시텔 건물 화재는 이 건물 지하 1층 노래방 업주가 고시텔에 사는 애인이 만나주지 않자 홧김에 불을 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송파경찰서는 23일 노래방 업주 정모(52) 씨에 대해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19일 오후 3시 50분경 고시텔에 사는 최모(39·여) 씨에게 3차례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으나 최 씨가 노래방으로 내려오지 않자 홧김에 노래방 카운터에 있던 두루마리 휴지를 소파에 풀어 라이터로 불을 냈다는 것.

불을 낼 당시 정 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108% 상태였다.

불이 순식간에 번져 고시텔 곳곳에서 구명요청이 있자 정 씨는 주변에 있던 사다리를 이용해 최 씨와 또 다른 여성을 구조하기도 했다.

1978년 결혼해 가정을 꾸려오다 1994년 이혼한 정 씨는 지난해 7월 고시텔 실장인 박모(52) 씨의 소개로 최 씨를 만났다.

같은 해 5월 고시텔로 들어온 최 씨는 인근 식당에서 일을 했으나 경제적으로 궁핍했고 정 씨에게 1500만 원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경찰에서 "경제적으로 도와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힘들어 보름 전부터 정 씨를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씨가 노래방 영업이 잘 되지 않자 이를 처분해 최 씨의 환심을 사려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노래방이 팔리지 않고 최 씨마저 만나주지 않자 홧김에 불을 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 씨가 1억6000만 원짜리 화재보험에 가입해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보험금을 노린 범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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