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국인 주거지서 영아시신 2구 발견

  • 입력 2006년 7월 24일 15시 08분


"냉동고 비닐봉지 속에 갓 태어난 아이 시신이…."

외국인이 사는 고급주택의 냉동고 안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되는 공포영화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대형 빌라에 사는 프랑스인 C(40) 씨는 23일 오전 11시 경 택배로 배달된 간 고등어를 보관하기 위해 베란다에 있는 냉동고를 열었다.

5칸짜리 냉동고의 4번째 칸과 5번째 칸에서 C 씨는 검은색 비닐봉지와 흰색 비닐봉지를 차례로 발견했다. 별 생각 없이 비닐봉지를 열자 웅크린 자세로 꽁꽁 얼어있는 남자 영아 시신이 하나씩 들어 있었다. 탯줄이 그대로 달려 있었고 태변도 묻은 상태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C 씨는 지인 이모(43) 씨를 통해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렸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시 출동해 시신을 넘겨받았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부검을 실시했지만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영아인데다 워낙 꽁꽁 얼어 있어 흑인이 아니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 태어난 지 몇 개월이 됐는지, 정확하게 어느 인종인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국과수 측은 정확한 사인과 숨진 날짜나 시간은 현재로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경찰에 통보했다.

C 씨는 경찰에서 "6월 말 두 달 일정으로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휴가를 떠났다가 18일 회사에서 중요한 회의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혼자 돌아왔다"며 "잘 쓰지 않던 냉동고라 평소에 열어볼 일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가 휴가를 떠나 집을 비운 사이 보안카드와 집 열쇠를 갖고 있던 사람은 필리핀 가정부 L 씨와 한국에서 만난 프랑스인 친구 P 씨.

경찰은 집 주변에 보안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뤄 주변 인물의 소행으로 보고 L 씨와 P 씨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C 씨는 "휴가일정을 말해주자 가정부는 '나도 외국에 갔다 오겠다'고 했고, P 씨도 이미 출국해 프랑스에 있는 것을 전화로 확인했다"고 말해 두 사람 모두 한국에 없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찰은 국과수에 영아와 C 씨의 DNA를 맡겨 분석을 의뢰하고 C 씨 집 주변의 산부인과와 외국인학교를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한 L 씨와 P 씨의 출입국 기록도 조사해 국내에 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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