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사는 고급주택의 냉동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되는 공포영화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대형 빌라에 사는 프랑스인 C(40) 씨는 23일 오전 11시경 택배로 배달된 ‘간고등어’를 보관하기 위해 베란다에 있는 냉동고를 열었다.
5칸짜리 냉동고의 4번째 칸과 5번째 칸에서 C 씨는 검은색 비닐봉지와 흰색 비닐봉지를 차례로 발견했다. 부인이 넣어 놓은 음식물로 생각하고 비닐봉지를 열자 웅크린 자세로 꽁꽁 얼어 있는 남자 영아 시신이 1구씩 들어 있었다. 탯줄이 그대로 달려 있었고 태변도 묻어 있는 상태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C 씨는 지인 이모(43) 씨를 통해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렸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1차 부검 결과를 토대로 숨진 영아들이 백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시신이 워낙 꽁꽁 얼어 있어 정확한 사인과 숨진 일시 등은 알아내지 못했다.
C 씨는 경찰에서 “6월 말에 두 달 일정으로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휴가를 떠났다가 18일 회사에서 중요한 회의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혼자 돌아왔다”며 “잘 쓰지 않던 냉동고라서 평소에 열어 볼 일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집 주변에 보안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뤄 주변 인물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그가 휴가를 떠나 집을 비운 사이 보안카드와 집 열쇠를 갖고 있던 사람은 필리핀 가정부 L 씨와 한국에서 만난 프랑스인 친구 P 씨.
경찰은 경비를 맡고 있는 사설경비업체에 확인한 결과 C 씨가 없는 사이에 1주일에 한 번꼴로 P 씨가 갖고 있던 보안카드가 이 집을 드나드는 데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P 씨는 21일 프랑스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가정부 L 씨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