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 폭행, 협박에 허위자백" 경찰관 무리한 수사 구설수

  • 입력 2006년 7월 27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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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을 행사해 고교생에게 "친구를 죽였다"는 진술을 받아내는가 하면 연행 과정에서 술 취한 시민의 인대를 파열시키는 등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잇따라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형사11부(최규홍 부장판사)는 한밤중 귀가하던 친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된 김모(17) 군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 군이 경찰 조사 도중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조사관에게 뺨을 5,6대 맞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판결에 따르면 김 군은 피해자가 살해된 당일 만화책을 보며 집에 있었을 뿐 살인현장에 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군은 재판부에서 "경찰관의 폭언, 폭행, 협박 등으로 경찰에서 허위자백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또 참고인으로 나온 정모(17) 군도 조사과정에서 경찰이 "칼로 찌르지 않았다고 말하면 문제가 없으니 사건 현장에 김 군과 같이 간 사실만 인정하라"고 요구해 허위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김 군 가족과 변호인은 "경찰이 과잉 수사로 무고한 고등학생을 살인자로 몰아 1년 동안 구치소에 가뒀다"며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서울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1심 판결일 뿐"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24일 오후 4시 반 경 손모(53) 씨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술에 취해 "전화를 쓰겠다"며 소란을 피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종로경찰서 광화문지구대 소속 경찰 2명에게 연행되는 과정에서 인대가 파열됐다.

손 씨는 "경찰이 지구대로 가는 차 안에서 복부를 구타했고 차를 세워놓고 때리기도 했다"며 "병원에서 MRI 촬영 결과 인대 파열 진단이 나왔다"고 말했다.

손 씨는 또 "지구대에서 화장실을 갈 때 다른 경찰이 수갑을 채운 채 바지를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측은 "손 씨에게 '집으로 가라'고 종용했지만 말을 듣지 않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기 위해 수갑을 채워 지구대로 데려왔을 뿐 때린 적은 없다"고 말했다.

조은아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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