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가 굵어질수록 사람들의 주먹은 힘을 잃어 갔다. 방방 뛰던 땅은 진흙탕이 됐고 장화는 땅에 파묻혀 버렸다. 하지만 1000여 명의 관객은 뛰고 또 뛰었다.
28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현장은 ‘록 극기 훈련장’이 됐다. 오프닝 무대에 온 관객은 1000여 명. 2박 3일 캠핑 티켓을 끊은 관객 중 50여 명은 전날 공연장 한쪽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기도 했다. 대부분이 10, 20대 학생이었으나 양복 입은 직장인,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공연장은 폭우로 인해 마치 ‘머드축제’로 착각할 정도였다. 몇몇 관객은 진흙 바닥에 비닐 봉지를 깔고 쪼그려 앉아 컵라면에 젓가락을 휘휘 저었다.
시작만 이랬을 뿐이다. 오후 2시 오프닝 밴드인 미국 출신 3인조 밴드 ‘예예예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관객들은 폭우와 진흙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강렬한 기타 소리와 한국계 여성 보컬 캐런 오의 도발적인 무대가 이어지자 관객들은 방방 뛰기 시작했다.
30분 뒤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고 10분 후 장대비가 공연장에 퍼붓기 시작하자 비옷도 장화도 소용없었다. 관객들은 ‘몸 피신파’와 ‘열혈 공연파’로 갈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폭우가 관객들의 열정을 막진 못했다. 오히려 이때부터 관객들은 우의를 벗어던지고 비와 정면승부를 벌이기 시작했다. 대학생 김진곤(19) 씨는 “비가 와서 계속 몸을 흔들어도 덥지 않고 오히려 너무 좋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왔다는 직장인 한지윤(28·여) 씨도 “휴가 내고 왔는데 비 오는 것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개막일의 하이라이트는 미국 출신 5인조 록밴드 ‘더 스트록스’의 무대였다. 폭우는 멈추지 않았지만 오후 9시 반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이 공연을 보기 위해 2000여 명의 팬이 몰려들어 진흙탕에서 거의 뒹굴다시피 했다.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이날에 이어 29일 ‘플라시보’ ‘블랙아이드피스’, 30일 ‘프란즈 퍼디낸드’ 등 국내외 40여 개 팀이 릴레이 공연을 펼친다. 오후 11시 록 밴드들의 공연이 끝난 뒤에는 DJ들의 댄스파티가 새벽까지 이어진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이 기사 취재에는 본보 인턴기자 방종임(성균관대 국문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