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경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던 아이들의 눈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앳된 선생님에게 쏠렸다. 수줍은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선 이는 서울 대원외국어고 3학년생 신상원(19) 군. 이 학교에 대원외고 유학반 3학년생 10명이 영어를 가르치러 온 것이다.
이들은 지난 2월 교내에서 개최한 불우이웃돕기 자선콘서트에서 모든 성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농어촌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로 뜻을 모았다. 대원외고 한국인 교사 2명과 외국인 교사 한 명이 동행했지만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학생들의 몫이었다.
신 군 등은 5명 씩 나뉘어 장목중과 일운면 지세포리 지세포중에서 29일까지 열흘간 매일 중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장목중은 전교생이 160여 명, 지세포중은 100여 명인 작은 학교다.
이들은 학생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회화, 문법, 팝송 등으로 프로그램을 짜 오전에는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축구 등을 하며 아이들과 벗이 되기도 했다. '서울에서 온 선생님'들을 어려워했던 '중학생 제자'들은 형이나 언니처럼 대해주는 대원외고생에게 금세 마음을 열었다.
아이들은 "영어가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지세포중 2학년생 박예진(15) 양은 "선생님과 나이 차가 별로 안 나니까 친근하게 느껴지고 수업도 재미있다"면서 "진로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많은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달 2일 봉사활동을 마칠 예정인 이들은 "아이들에게 내가 가진 작은 것을 나눠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면서 "매년 이런 교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 취재에는 본보 인턴기자 조영제(강원대 일본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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