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부총리는 27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부당한 의혹을 받고 있다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었을 것이다. 김 부총리의 논리에 따르면 논문의 이중 게재 등은 교수 사회의 관행이니 이를 문제 삼는 언론이 이상하다.
하지만 이 말은 교수들에게 불쾌감을 안겨 준 듯하다.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의 한 교수는 “김 부총리의 행동은 일반적인 상식 수준에서 용인되는 관행을 넘어선 것”이라며 “교수 사회 전체가 표절, 논문 재탕 등을 관행적으로 해 오는 집단으로 비칠까 봐 제일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수노조의 한 교수도 “영문으로 된 논문을 국문으로 바꿔 싣거나, 학위 논문 중 일부분을 고쳐 학술지에 투고하는 것은 ‘관행’일 수도 있지만 똑같은 논문을 제목만 살짝 바꿔 다른 매체에 중복해 투고하는 것은 양심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말하는 관행은 ‘자신만의 관행’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아주대 독고윤(경영학) 교수는 “김 부총리는 자신의 행위가 윤리에 어긋나는 줄조차 모르고 ‘관행’이라는 억지를 부리며 수많은 동료 교수에게 모욕감을 주고 있다”며 “김 부총리의 해명은 궤변이거나 앞뒤가 도무지 맞지 않아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제는 김 부총리가 어떤 소리를 해도 교육계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많은 교수 단체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도 김 부총리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교육의 한 주체인 ‘선생님’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지방 사립대의 한 교수는 “김 부총리의 해명은 자기반성 없이 ‘재수 탓’을 하는 것처럼 들린다”며 “사퇴를 하지 않는다 해도 이렇게 신뢰가 떨어진 마당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관행’에 따라 학문 활동을 했을 뿐인데 왜 이토록 많은 교육계 인사들이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지 김 부총리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궁지를 벗어나려는 모습이 그를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 같다.
신수정 교육생활부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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