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유흥주점 불… ‘벌집 칸막이’에 비상벨도 먹통

  • 입력 2006년 7월 31일 03시 05분


전남 완도군의 한 유흥주점에서 누전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일가족 4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했다.

29일 오후 11시 20분경 완도군 완도읍 군내리 D가요주점에서 불이 나 1호실에 있던 김모(59) 씨 부부와 김 씨의 처남댁 박모(36) 씨, 박 씨의 아들 이모(11·초등학교 4년) 군 등 4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함께 있던 박 씨의 남편 이모(45) 씨와 두 딸, 이 씨의 동생(37) 등 4명은 화재 직후 주점을 빠져나와 화를 면했다.

1호실 맞은편 5호실에서 노래를 부르던 홍모(25) 씨와 최모(27·여) 씨 등 8명은 대피 도중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완도읍에 사는 김 씨 부부와 이 씨 가족은 요양차 내려왔던 이 씨의 동생이 건강을 회복해 상경하게 되자 이날 주점에서 송별회를 하던 중이었다.

이날 피해는 업주가 불이 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데다 업소에 갖춰진 이동식 소화기와 유도등, 비상벨 등 소방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더욱 커졌다.

5호실에서 대피한 최모(26) 씨는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고 통로에 유도등이 켜지지 않아 어디가 비상구인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불이 난 주점은 34평의 좁은 공간에 5개의 방이 밀집된 데다 외부는 벽돌로, 내부는 나무로 만든 탓에 유독가스가 배출되지 못했다.

관할 완도소방출장소 소방대원은 화재 신고를 받고 4분 뒤 소방차 2대로 진압에 나섰지만 연기를 빼내는 배연장비 등을 갖춘 구조차가 없어 인명 구조작업이 더뎌졌다.

경찰은 평소 사용하지 않는 6호실 노래방 기기 전원을 켠 지 20여 분 만에 6호실에서 연기가 났다는 업주 김모(51·여) 씨의 말에 따라 누전이나 합선에 의한 화재로 보고 업주 김 씨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완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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