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5월 실시된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S(70) 씨가 화물연합 시도협회 이사장들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수천만 원씩을 뿌린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인천 연수구 송도 R호텔 커피숍에서 발견돼 관심을 끌었던 쇼핑백에 든 현금 4000만 원도 S 씨가 시도협회 이사장에게 주려던 돈이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돈 선거’ 수사=서울지방경찰청 수사3계는 최근 화물연합 시도협회 이사장 3명을 불러 S 씨에게서 금품을 받았는지를 조사했다고 30일 밝혔다.
A 이사장은 회장 선거를 앞두고 S 씨에게서 현금 4000만 원을 받았다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 돈을 경찰에 돌려주려 했다. 하지만 경찰은 A 이사장이 가져온 돈의 일부가 S 씨의 거래 은행에서 출금된 게 아니어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압수하지 않았다.
B 이사장은 경찰에서 “S 씨가 현금 4000만 원을 가져왔기에 이를 돌려줬더니 ‘돈이 적어서 그러느냐’며 다시 현금 7000만 원을 보내왔다”며 “이 돈 역시 여러 명이 보는 앞에서 S 씨의 측근에게 돌려줬다”고 말했다.
C 이사장은 “S 씨가 집으로 현금 4000만 원을 가져왔지만 집 근처에서 잠시 얘기를 나눈 뒤 돌려보냈다”며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했다.
경찰은 D 이사장도 S 씨에게서 6500만 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조만간 D 이사장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또 4월 26일 송도 R호텔 커피숍에서 발견된 ‘4000만 원 쇼핑백’도 이 돈의 임자인 S 씨가 당초 수사를 맡았던 인천 연수경찰서에 자신의 집안일을 돌봐 주던 J(35·여) 씨에게 청혼용으로 건넸다가 거절당하자 놓고 나온 것이라고 밝혔으나 서울경찰청 수사3계는 당시 현장에 시도협회 이사장인 E 씨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S 씨는 10년 이상 한 대기업의 물류를 맡아 왔으며 지난해 말 이 대기업이 다른 곳으로 물류회사를 바꾸면서 S 씨에게 영업권 보상 차원에서 수십억 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돈 가운데 상당액이 이번 회장 선거에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막판 뒤집기의 ‘힘’=화물연합의 선거인단은 16개 시도협회 이사장과 대전한밭협회 이사장, 현직 화물연합 회장 등 모두 18명이다. 따라서 10명의 지지를 얻으면 당선이 확정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S 씨와 당시 화물연합 회장이었던 M 씨가 경쟁을 벌였다. 후보 추천에선 M 씨가 12명의 추천을 받아 자신을 포함해 단 3명의 추천을 받은 S 씨를 압도했다.
그러나 5월 12일 치러진 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선 9 대 9로 양쪽이 비겼다. 1차 투표가 끝나고 20여 분 뒤 치러진 2차 투표에선 S 씨가 10표를 얻어 당선됐다. 회장 임기는 3년.
화물연합 회장은 한 해 3000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는 화물연합 공제조합의 모든 인사권과 예산권을 갖는다. 경찰 관계자는 “회장의 월간 판공비는 4000만 원 안팎으로 한 해 5억 원의 판공비를 쓸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과 관련해 S 씨는 전화를 통해 “묻고 싶은 게 있으면 찾아오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소재를 밝히지 않았으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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