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역 어떻게 받았나=김 부총리는 국민대 지방자치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2001년 3월 서울 성북구청으로부터 ‘21세기 성북구청 행정수요 조사’ 연구 용역을 의뢰받았다.
이 연구소가 두뇌한국(BK)21 사업보고서로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용역비 1억500만 원 가운데 조사 설계 및 조사표 작성에 6000만 원, 설문조사에 4500만 원이 책정됐다. 이 연구에는 동료 교수 1명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원 1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가 학진 홈페이지에 공개한 연구비는 4700만 원이어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부총리는 설문조사를 보건사회연구원에 맡겼다. 당시 설문조사를 맡았던 김미숙 보건사회연구원 가족·아동복지연구팀장은 “국민대의 의뢰를 받아 수의계약으로 1800여만 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학 교수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김 부총리가 발주 기관인 성북구청장 진영호 씨의 지도교수라는 점이 특이하다. 부적절한 행동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진 전 구청장은 박사학위를 받은 해인 2002년 국민대 겸임교수로 위촉됐다.
서울의 모 대학 교수는 “교수가 제자에게서 프로젝트를 받는 것도 부적절한데, 제자가 이 자료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것은 정도에 어긋한 행위”라며 “교수가 자신이 수행한 용역에 기초한 논문을 심사해 통과시키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연구보고서-논문 내용 비슷=김 부총리 연구팀은 2001년 7월 지역 주민, 통반장 등 1200명을 방문하거나 우편 설문조사를 통해 행정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134쪽짜리 연구보고서는 같은 해 9월 성북구청에 제출됐다.
진 전 구청장은 이 자료를 토대로 ‘지방행정 행정수요 파악 및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성북구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논문을 썼다. 그는 이론적인 배경(37쪽)과 성북구 현황(23쪽) 등을 추가해 181쪽짜리 논문을 만들었다.
그는 국민대의 행정수요 조사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재분석했다고 밝혔지만 보고서의 설문조사지, 통계표 등을 그대로 쓰거나 일부를 변형해 쓰는 등 대부분의 자료를 활용했다.
이 연구보고서는 10월 8일 배포됐으며 국민대의 학사 일정에 따라 박사학위 논문을 10월 말까지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진 전 구청장은 20여 일 만에 논문을 쓴 셈이다. 연구 용역과 박사학위 논문이 동시에 진행됐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연구보고서는 결론에서 정책 제언으로 주민 만족도를 높이려면 시민공동 생산을 활성화하고 공무원의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 전 구청장의 논문은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위해 차별화된 접근, 참여·접촉 확대, 홍보, 리더십, 공무원의 의식 전환, 주민 참여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용역 비용은 적절한가=성북구청이 연구용역을 공개입찰 또는 수의계약 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자체가 연구용역을 수의계약할 수 있는 범위는 500만 원 이하. 종전에는 3000만 원이었으나 부정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1월부터 금액 기준이 하향 조정됐다.
통상 인문사회계열 분야의 학술 연구 용역비는 1500만∼2000만 원 수준이다. 김 부총리 연구팀이 받은 연구비는 통상적인 수준을 넘는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구청이 발주하는 일반적인 행정수요 조사 용역비는 대부분 2000만∼3000만 원 수준이고 1억 원이 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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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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