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992년 부동산중개업자에게서 구입한 아파트 입주권(일명 ‘딱지’)을 받지 못하자 이 업자를 고소했다. 하지만 거꾸로 임 씨는 무고 혐의로 구속 기소돼 9개월간의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임 씨는 출소 뒤 자신의 재판에서 위증을 한 6명을 고소했고 2002년 이들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를 근거로 대전지법은 임 씨의 재심청구를 받아들여 이날 최종 선고공판을 열었다. 재판장이 마침내 임 씨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자 그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임 씨처럼 이미 확정된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해 재심을 청구하는 일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최근 잇따라 터진 법조 브로커 사건 등의 영향으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본보가 대법원으로부터 입수한 2001년 1월부터 올 5월까지 ‘재심 청구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민사사건의 재심 청구는 2001년 544건에서 2003년 576건, 지난해 640건으로 4년 새 100건 가까이 늘었다.
형사사건의 재심 청구 건수는 2001년 247건에서 2003년 423건으로 크게 늘었다가 지난해 371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올해는 400건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심을 승인하는 건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 민사사건의 경우 2001년 231건의 재심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였지만 지난해에는 133건만 재심 승인했다. 형사사건의 경우는 더욱 심해 2003년 97건이 재심에 들어갔지만 지난해엔 42건만 재심 승인을 받았다.
지난 5년여간 민사사건에선 재심을 통해 148건의 재판 결과가 뒤집혔다. 형사사건에선 유죄가 선고됐던 178건의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상돈 고려대 법대 교수는 “오심으로 인한 피해는 형사보상법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으나 보상 액수는 위자료 수준에 불과하다”며 “재심청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좀 더 신중한 판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