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실패는 대안없는 반대 탓”

  • 입력 2006년 8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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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대 시도 교육위원 선거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추천한 교육위원 후보가 대거 낙선하고, 전교조 부산지부의 ‘통일교재’ 파문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전교조 내부에서도 “이젠 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교조는 42명의 후보를 추천해 14명의 당선자를 냈다. 2002년 제4대 교육위원 선거에서 34명을 추천해 24명을 당선시켰던 것과 비교하면 ‘참패’라고 할 수 있다.

현 집행부는 일단 “일부 보수언론이 부산지부의 ‘통일학교’ 자료집 문제를 선거 전에 터뜨리는 등 색깔 공세가 악영향을 줬다”고 외부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전교조 내부에서도 그동안 투쟁 일변도의 운동방식에 대한 학부모의 거부감과 편향적인 교육관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전교조 위원장을 지낸 서울시교육위원회 김귀식 의장은 “정부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반대 목소리만 내 온 것이 (전교조의) 실패 요인”이라며 “차기 교육위원들은 소속된 교원단체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 후보로 출마했던 인사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전교조에 대한 싸늘한 여론을 읽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제7선거구(송파-강남-서초-강동)에서 19.5%의 표를 얻어 2위로 당선된 박명기 위원은 “지금의 전교조는 어떤 식으로든 바뀌어야 한다”며 “앞으로 (의정활동에서) 합리적인 교육정책을 펴도록 재고해 보겠다”고 말했다.

선거에서 떨어진 한 서울시 교육위원은 “인물보다는 전교조냐 아니냐의 선거였다”며 “색깔론 탓도 있지만 교원평가제, 교원성과급 차등지급 반대 등 전교조 정책에 학부모가 등을 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강경 투쟁도 문제이지만 학부모나 학생이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교육정책과 괴리된 주장을 펴는 것도 전교조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으로 서울 제4선거구(중랑-도봉-노원)에서 2위로 당선된 이부영 교육위원 당선자는 “외국에서 살다 돌아온 학부모들이 영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제대로 된 영재교육의 기준을 만들어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낙선한 안승문 서울시 교육위원은 “전교조에 대한 학부모의 거부감이 패인의 40%이고 나머지는 교장이 이런 거부감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다”며 “전교조가 좋은 일을 많이 하고도 학부모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은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교육운동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시대 변화에 역행하는 집행부의 리더십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초창기 참교육실천위원장 출신의 이인규 서울미술고 교감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소수가 전체를 움직이는 내부 관료주의가 문제”라며 “내부 토론과 열린 리더십을 통해 대화하고 시대 변화를 따라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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