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도 변호사를 고리로 한 법조비리 사건이 터져 사법부에 태풍을 몰고 왔다. 그러나 태풍이 한번 지나가고 나면 그뿐이었다. 사법부는 외부의 사법개혁 논의에 대해 ‘사법권 독립 침해’라고 내세우면서 정작 내부 개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 주지 않았다. 사법부가 잘못된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나 야당이 주장하는 상설 특검을 만들어 법조비리를 뿌리 뽑자는 논의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법조 브로커 사건에 관련된 법관 검사 총경 한 명씩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외형적 균형 맞추기를 한 인상을 준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K 씨도 현직 판사 신분으로 돈을 받은 혐의가 있어 검찰이 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비리 법관이 조 전 부장판사와 K 연구관 뿐일까. 검찰과 사법부는 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법조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법관이 외부의 부당한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한 재판을 하려면 판사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까지도 윤리적으로 흠이 없어야 한다. 그런 뜻에서 검찰이 청구한 조 전 부장판사 부인의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법관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할 법치일(法恥日)이다. 사법부는 이 사건을 ‘고기 한 마리가 물을 흐렸을 뿐’이라고 넘기지 말고 치열한 자정(自淨) 노력을 해야 한다. 사법부가 투명하다는 믿음을 주어야만 유전무죄(有錢無罪)의 사법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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