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300여 개 사립대 가운데 사학법에 따라 정관을 바꿔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대학은 10일 현재 건국대 한 곳에 불과하다.
교육부 측은 이에 대해 “정관을 바꾸려면 이사회를 열어야 하는데 방학 기간이어서 이사회 소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당수 대학 법인이 정관 변경안을 마련해 내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학들은 “방학이어서 이사회 소집이 어려워 정관 개정을 못하는 게 아니라 일부러 안하고 있는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사학법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학 법인의 홈페이지를 보면 이 같은 분위기가 드러난다. 절반 이상의 대학 법인이 홈페이지에 법인 임원의 성명, 연령, 임기, 경력 등 인적사항을 공개해야 하는 조항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임원의 인적사항은 극비 사항도 아닐뿐더러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192개 대학법인 가운데 92개 법인만 홈페이지에 임원의 인적사항을 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700여 개 사립 초중고교도 상당수가 사학법을 따르지 않고 있을 것이라는 게 사학 관계자의 전언이다.
종교 및 사학 단체들의 불복종 운동 등이 ‘사학법 왕따’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말 불복종 운동을 결의했으며, 사학법인 연합회는 지난해 12월 사학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정치권의 사학법 재개정 논의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정치권의 재개정 논의를 주시하며 신중하게 심리하겠다”고 말해 이 사건에 대한 결정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송영식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사학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으며, 국회가 사학법 재개정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학의 헌법’이랄 수 있는 정관을 섣불리 바꾸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사학법에 따르지 않을 경우 법인 임원의 취임 승인 취소, 대학 평가 시 사학법 준수 여부 반영, 모집 인원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으나 이 같은 행정조치를 당장 내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사학법 준수 여부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하고 준수 의지는 있으나 방법을 모르는 사학에 대해 집중적인 컨설팅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학법 미준수를 이유로 사학에 제재를 가할 경우 사학이 집단 반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교육부로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헌재의 결정 및 국회 재개정 논의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며 당정간 공조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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