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DJ 도쿄 피랍 생환 33주년' 축하 모임

  • 입력 2006년 8월 13일 16시 25분


동교동계 인사들이 12일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도쿄(東京) 피랍 생환33주년'을 축하했다.

김 전 대통령의 생환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이날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기념 미사와 오찬 행사에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동교동계 인사 30여명이 참석, 2003년 분당 이전의 민주당 모임을 연상하게 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배기선 염동연 이석현 정동채 유선호 전병헌 최성 의원, 민주당에서는 한화갑 대표와 김옥두 정균환 이윤수 최재승 설훈 김충조 배기운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밖에 임동원, 신건 두 전직 국정원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김태랑 국회 사무총장과 박금옥 국회의장 비서실장, 박준영 전남지사, 박광태 광주시장 등도 동참했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이날 행사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의 생환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향후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논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염동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모임의 성격을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어쨌든 한 식구였던 우리가 떨어져 있었는데 같이 자리를 해서 감회가 깊고 새로운 역사 창조의 주역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배기선 의원은 "분당 이후 동교동계 인사들이 이렇게 모인 것은 처음으로 김 전 대통령 생환일을 맞아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됐다"며 "옛 동교동 비서진들 사이에서는 마음 속으로 공감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갑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치를) 시작한 분들이 은혜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행사가 이뤄졌고 거사하기 위해 모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그러나 동교동계 중심의 정계개편 논의 가능성과 관련해 "공감대가 이뤄지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이고 지혜롭게 논의하면 생산적이 될 것이고, 아니면 비생산적이 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또 설 훈 전 의원은 범여권 통합론 등 정계개편 문제와 관련해 "국민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와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 전 대통령도 모처럼 모인 옛 동교동계 식구들을 '동지'라고 지칭하는 등 반갑게 맞이했다.

그는 "공자님은 '친한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말했는데 저는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며 "여러분이 앞장서서 잔치 자리를 만들어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이 있는가"라며 소회를 밝힌 뒤 "내가 사랑하는 동지들이 나 이상으로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일하도록 진심으로 바라고 있고 개인적으로 만나면 어떻게 할지 의견교환을 하지만 내 자신이 정치개입하는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기존의 정치 불개입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라고 말해 북핵문제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행보를 계속할 것임을 재차 시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대중 납치사건'과 관련, 조속한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참석자들의 일치된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한승헌 전 감사원장은 "73년 발생한 '김대중 납치사건'은 당시 박정희 정권의 지시에 따라 중앙정보부에 의해 자행된 희대의 정적 살해기도였다"며 "박 전 대통령이 김대중 납치사건을 지시했다는 점은 본인의 자백만 없을 뿐 다른 증거는 많이 있다"고 말했다.

한 전 감사원장은 "이 사건의 최고책임자와 (DJ) 살해 목적 등도 여러 증거와 정황에 의해서 의문의 여지가 없을 만큼 밝혀졌다"며 "국정원 과거사위의 공정한 판단을 통해 역사적 진실이 현실로 생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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