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수석실은 비판언론을 겨냥한 일선 정부 부처의 공격을 독려하는 첨병을 자임하며 국정홍보처를 통해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홍보수석실의 대표적인 무리한 행태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에 대한 취재를 봉쇄한 것.
국정홍보처는 지난해 8월 이 같은 내용을 명문화한 ‘정책홍보 업무처리에 관한 기준’을 작성해 각 부처 정책홍보관리실에 내려 보냈다.
인사상 불이익이 두려운 공직자들은 홍보수석실의 ‘눈치’를 살피느라 비판언론사에 대한 기고나 인터뷰를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지침 시행 후 본보가 ‘10·26 재·보선 이후 정국에 대한 주요 정치인의 연쇄 인터뷰’ 차원에서 당시 정동영 통일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요청한 인터뷰는 거절당했다. 앞서 홍보수석실은 조선일보에 기고한 당시 조창현 중앙인사위원장과 조영택 국무조정실장에 대해 기고문 작성 경위를 조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조기숙 당시 홍보수석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무직 공무원들에게 정부의 정책홍보 기준을 권고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러한 조사조차도 성가시게 느끼는 정무직에게는 항상 ‘자유로운 선택의 길’이 열려 있기에 인권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보수석실은 또 일선 정부 부처를 통해 언론에 대한 적극적인 ‘오보 대응’을 독려하는 등 대언론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선 부처에선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적잖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문화관광부의 한 관리는 “국정홍보처가 반론보도 청구 건수 등을 기준으로 부처의 혁신평가라는 걸 점수 매기는데, 유 전 차관은 그런 거 무시하고 자기 맡은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독려했다”면서 “다들 소신껏 일했는데, 그 결과가 꼴찌에 가까운 성적이었으니 결과가 어이없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홍보책임자들은 6월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홍보정책 토론회에서 “명백하게 오보가 아닌 것까지 오보로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기자나 언론사의 판단에 따른 문제일 수 있는데 국정홍보처가 (오보 대응) 실적을 매기기 때문에 무리하게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홍보처가 올 2월 언론 보도에 대해 각 부처가 ‘댓글’을 달도록 국정브리핑을 통해 촉구한 것도 이 같은 ‘압박전술’의 일환이다.
급기야 홍보수석실은 동아일보의 의견성 칼럼과 조선일보의 분석 기사를 문제 삼아 지난달 말 대통령비서실 차원의 취재협조 거부 조치를 취했다.
홍보수석실과 국정홍보처가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 물의를 빚은 사례도 있다.
국정홍보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비판적인 일부 보도를 반박하기 위해 국정홍보처가 주관하는 ‘국정브리핑’에 대학생들의 인터뷰를 조작하는 기사를 올려 ‘여론조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양 비서관은 2004년 9월 대통령 참석 행사에 대한 행사비 분담을 요구하기 위해 삼성그룹 측에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나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방송위원회 위원을 비롯해 주요 방송사의 임원 선정에 홍보수석실의 ‘입김’이 아직도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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