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민영휘 후손 6년째 재산분쟁

  • 입력 2006년 8월 14일 15시 47분


친일파의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려는 범정부 차원의 조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친일파 민영휘의 후손들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부끄러운 재산'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재산 문제로 형사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 상고심이 계류 중이고 이미 고미술품 등 유산을 둘러싼 몇 건의 민사소송도 벌인 점에 비춰 친일파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혀 민족정기를 회복하자는 국민적 염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산분배 문제로 아귀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영휘는 2차대전 당시 일제에 비행기를 헌납한 공로 등으로 인해 조선총독부로부터 작위를 받아 귀족생활을 했으며 일제의 한반도 토지강탈에 협력한 대가로 거액의 재산을 형성한 전형적인 친일매국노로 분류된다.

그의 후손들이 이번에 법적 분쟁을 벌이는 재산은 민영휘의 셋째 아들 민규식이 주로 형성한 것이다. 민규식은 일제 강점기인 1933년 서울 중심가인 종로에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영보 합명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종로 `알짜배기' 땅에 종로빌딩을 세웠는데 1950년 6ㆍ25 전쟁 때 민규식이 납북된 뒤에는 셋째 아들이 재산을 관리했다.

그는 첫 부인과 결혼해 세 자녀를 뒀다가 이혼한 뒤 김모 씨와 재혼했으며, 이 때 김 씨는 전 남편과 사이에 낳은 아들 유모 씨를 데리고 시집왔다.

유씨는 부친의 회사에서 일하다가 1985년 대표 사원이던 부친과 함께 공동 대표사원으로 취임했다.

이후 모 보험사가 종로에서 노후 건물을 철거하고 현대식 빌딩을 짓는 재개발사업을 하면서 회사 빌딩도 사업지구에 포함돼 민씨 일가는 1994년 75억 원의 보상금을 받고 종로빌딩과 부지를 팔았다.

거액의 보상금이 들어온 지 4년 뒤인 1998년 유씨는 부친에게 "평소 회사 운영에는 관심이 없는 형제들의 지분은 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민씨는 남매(원고) 들의 명의로 돼 있던 회사 지분을 아들 유씨(피고)에게 양도하고 자신의 지분까지 모두 넘긴 뒤 대표사원에서 물러나 회사는 유씨의 1인 대표사원 체제가 됐다.

후손 간 재산 갈등은 이 때부터 불거졌다.

민씨가 2001년 사망하자 숨진 민 씨와 남매 간인 원고들이 유 씨와 유 씨 모친 김 씨를 "지분양도 동의서를 위조했다"며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

그러나 법원은 민씨가 지분 이전을 주도했다고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해 결국 사건은 대법원까지 간 상태다.

원고들은 형사 사건과는 별도로 민사소송도 제기해 "합명회사 대표사원인 피고가 회사에 지급된 보상금 61억여 원을 개인적으로 소비해 횡령했다. 원고들의 상속지분 만큼 손해액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이헌섭 부장판사)는 민영휘의 손자ㆍ손녀인 민모(82.여)씨 남매가 "부친이 남긴 회사의 자금을 횡령했다"며 조카 유모(56)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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