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토익성적표 등 “각종 증명서 다 위조해 드립니다”

  • 입력 2006년 8월 17일 03시 00분


중국 태국 필리핀의 국제 서류위조 범죄조직이 신분증은 물론 국가유공자확인원, 사망진단서 등 중요 문서까지 위조해 한국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 위조를 의뢰한 사람은 공무원, 군인, 외국계 대기업 직원, 결혼을 앞둔 신부 등 계층이 다양해 서류 위조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이 확인됐다.

경남지방경찰청 외사수사대(대장 이병석)는 16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중국 태국 필리핀과 연계된 국제 범죄조직에서 각종 증명서와 자격증을 사들인 281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내 알선책 김모(31) 씨와 위조 운전면허증으로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중국에서 마약을 밀반입한 최모(27)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했다.

▽진급에 목매는 사람들=이번에 압수한 위조 자격증은 30여 종, 240점으로 증명서를 사들인 사람은 공무원 군인 학생 회사원 자영업자 등 다양했다.

가장 흔하게 위조되는 서류는 진급이나 대학 편입학 때 쓰기 위해 사용되는 토익·토플성적증명서와 대학성적 및 졸업증명서.

교육인적자원부의 한 장학관은 국제 서류위조 조직 국내 알선책 김 씨에게 50만 원을 주고 위조 토익성적표를 사들여 갖고 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다른 자리로 옮기거나 승진심사 때 사용하기 위한 것.

육군 헬기 조종사인 임모(35) 준위는 한국형 헬기 시험비행 조종사 직위 공모에 응시하면서 역시 위조단이 만든 가짜 토익성적표를 제출했다. 심사 과정에서 이 사실이 드러나진 않았으나 공모에서는 낙방했다.

육군 부사관인 윤모(42) 상사는 진급 인사에 활용할 목적으로 장인 명의의 가짜 국가유공자확인원을 만들었다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들통이 났다. 윤 상사는 90만 원을 주고 가짜 국가유공자확인원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다.

또 ‘예비신부’인 손모(23) 씨는 남자 가족들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여성과는 결혼시킬 수 없다”고 하자 남자 부모에게 보여 주기 위해 위조 대학학위증명서를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위조는 ‘2차 범죄’의 조건=울산의 김모(38·회사원) 씨는 남편의 간 이식 수술을 위해 아들 주민등록증에 장기 밀매자의 사진을 붙여 위조한 뒤 국립암센터에 제출하고 수술까지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병원 측이 “장기 밀매를 통한 장기 이식수술은 불법”이라며 수술을 거부하자 아들이 간암을 앓고 있는 아버지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것처럼 위조한 것.

전남의 이모(26·무직) 씨는 위조한 운전면허증의 인적사항으로 인터넷에 사이트를 개설하고 중국에서 최음제 등을 구입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전혀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는 서류가 만들어져 배달되기까지 일주일도 걸리지 않는다”며 “위조 지역이 중국에서 동남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위조 대상 자격증과 위조 가격
분류위조 증명서위조 가격
신상 관련주민등록증 주민등록등본 호적등본 출생증명서 사망진단서 여권 외국인등록증 국가유공자확인원 소득금액증명원여권 140만∼250만 원, 주민등록등본 20만∼120만 원, 기타 20만∼80만 원
학업 관련학생증 등록금영수증 토익·토플·텝스성적증명서 생활기록부 수능성적 고등학교졸업증명서 국내대학 성적·재학·졸업증명서 외국대학 학위증명서토익성적증명서 20만∼100만 원, 국내대학 학위증서 30만∼100만 원, 해외대학 학위증명서 40만∼80만 원, 기타 12만∼50만 원
사업 관련운전면허증 조리사자격증 경력증명서 건설도급계약서운전면허증 35만∼60만 원, 조리사자격증 30만 원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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