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라도 가슴 피멍 든다면…

  • 입력 2006년 8월 17일 03시 00분


대구 수성구 O고교에서 교사가 보충수업에 지각한 학생을 200대나 때린 사건이 발생하자 교육 관련 단체들이 해당 교사의 파면을 요구하는 등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 기회에 상식을 넘어 폭력 수준에 이른 교사의 학생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도 공공연한 체벌=교육 당국은 체벌을 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체벌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6월에는 전북 군산시에서 초등학교 여교사가 노트 정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1학년생 10여 명을 교단으로 불러내 손으로 뺨을 때리고 책을 머리에 던져 물의를 빚었다.

또 광주 모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가 실내화를 정리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1학년생을 청소용 빗자루로 머리를 때려 전치 10일의 상처를 입혀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가 6, 7월 전국 중고교생 2412명을 대상으로 체벌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중학생의 79.6%, 고교생의 78.7%가 체벌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랑의 매’ 어디까지=학부모 전모(43·여) 씨는 “중학생인 아들이 숙제를 안 했다는 이유로 몽둥이로 맞아 허벅지에 피멍이 든 적이 있었다”며 “교사는 사랑의 매라고 하지만 상식을 넘어선 체벌을 일삼는 교사는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번에 물의를 빚은 O고교 박모(35) 교사의 처벌을 촉구하는 글이 100건 이상 올라왔다.고교 3학년 김모 군은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걸어다니지 못할 정도로 때린 것은 너무 잔혹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학교의 장은 학생을 지도할 때에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않는 훈육 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불가피한 경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의 주관적인 판단 아래 체벌이 이뤄지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학교 현장에서 체벌이 가능한 불가피한 경우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예전의 관습 때문에 종종 심한 체벌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배호순(교육심리학) 교수는 “학교 체벌은 1차적으론 교사에게 책임이 있지만 자녀의 예절교육에도 신경을 쓰는 등 사회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벌 금지 법제화 요구=교육부는 지난해 9월 ‘부적격 교원대책’을 발표하면서 상습적이고 심각한 폭력으로 물의를 일으킨 교사는 중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징계 사례가 거의 없고 효과도 미지수라는 것이다.

교육운동단체인 ‘교육과 시민사회’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교육부와 대구시교육청은 O고교 교사를 파면하고 형사 고발해야 한다”며 “‘사랑의 매’로 위장한 교사의 체벌을 근절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고 체벌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올해 초 체벌 금지를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개정안은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체벌 물의 교사 사표… 경찰, 수사 착수▼

보충수업에 지각한 고3 학생들을 심하게 체벌해 물의를 빚은 박모 교사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대구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고소 또는 고발이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조만간 해당 교사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교사는 16일 재단 측에 사표를 제출했다.

16일 이 학교 관계자들은 “박 교사의 체벌 사실이 알려진 뒤 대구시교육청과 인터넷 사이트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가혹한 체벌이 더 있었다며 올린 글들이 상당 부분 사실인 것 같다”고 인정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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