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상세정보 인터넷 통해 무차별 확산

  • 입력 2006년 8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국가청소년위원회가 공개한 성범죄자들의 얼굴 등 상세정보가 인터넷상에서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누리꾼들이 청소년위원회가 공개한 성범죄자의 제한적인 신상 공개 자료를 토대로 성범죄자들이 ‘싸이월드’에 개설한 미니홈피에서 사진 학교 직장 등 자세한 신상 자료를 찾아내 사이버 공간에 유포하고 있기 때문.

자신의 신상이 이미 상당수 노출된 한 성범죄자는 누리꾼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또 싸이월드 주소가 진짜 성범죄자들의 것인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동명이인의 엉뚱한 피해자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원색 비난 난무=‘강간범들 싸이월드 주소’라는 이름으로 리스트가 만들어진 것은 15일. 이 리스트에는 청소년위가 5월 22일 공개한 성범죄자 10명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주소와 범죄 사실은 물론 일부 성범죄자의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다.

이날 오후 이 리스트에 담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하루 방문자가 2만 명을 넘었다.

누리꾼들은 이들의 홈피 방명록이나 게시판에 ‘짐승만도 못한 ××’ 등 수백 건의 원색적인 비난 글을 쏟아냈다.

본보 취재팀이 이 리스트에 전화번호가 있는 4명에게 연락해 본 결과 한 명은 전화기를 꺼 놓았고, 또 한 명은 자신이 성범죄자 신상 공개 대상자인지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나머지 2명은 “신상 공개 대상자가 맞다”고 밝혔다.

스스로 신상 공개 대상자라고 밝힌 J(20) 씨는 “15일 수백 통의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2년 전 한순간의 잘못으로 많은 양심의 가책과 고통을 받아왔는데 싸이월드 미니홈피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공개돼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신상 공개 대상자 확인을 거부한 I(22) 씨는 “내 신상을 임의로 공개한 누리꾼들에 대해 15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고소장을 냈다”고 말했다.

이들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주소가 확인될 수 있었던 것은 청소년위가 이름과 함께 생년월일을 공개했기 때문. 싸이월드에선 이름과 출생 연도만 알면 미니홈피 주소를 찾을 수 있다.

▽신상 공개 논란 확산=청소년성보호법은 현재 재범자가 아닌 경우 이름과 생년월일, 시군구 단위의 주소만 공개하고 있다. 또 개정된 청소년성보호법은 6월 30일부터 청소년 대상 성폭력 재범자에 한해 5년간 사진과 직장, 상세 주소를 피해자와 보호자, 청소년 관련 교육기관에 제한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청소년위 김봉호 청소년성보호팀장은 “누리꾼들이 임의로 법의 범위를 벗어나 성범죄자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