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생 딸을 키우는 한 학부모는 “회초리를 들어야겠다고 결심하면 먼저 부모와 상의하는 선생님이 있다”면서 “이 선생님은 학생이 부모에게 회초리를 받아오게 한 뒤 아무도 없을 때 체벌하고 아이와 가슴속의 말을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함부로 매를 들지 않고 불가피할 때 ‘매’를 통해 학생과 교육적 방식으로 소통한다는 이야기다. 참으로 애정이 담긴 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체벌은 대부분 이같이 이뤄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이를 가장 잘 안다.
고교 1학년생 김모 군은 “한 선생님은 체벌하기 전에 아이들이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을까 봐 휴대전화부터 압수한다”며 “사랑의 매라면 동영상이 공개돼도 떳떳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학교 현장에선 가벼운 체벌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 체벌은 학생들에게 폭력으로 인식되기 일쑤다. 폭력이란 단어에는 이미 교육적 효과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이 때문에 체벌을 아예 금지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다수다.
한 중학교 교사는 “예외를 두지 말고 체벌을 전면 금지했으면 좋겠다”며 “일부 교사의 폭력적 체벌로 대다수 교사가 ‘폭력 교사’인 것처럼 낙인찍히는 것도 더는 싫다”고 말했다.
학부모 신모 씨는 “체벌이 교육적 효과가 있었던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체벌의 1차적 책임은 교사에게 있지만 그 책임을 모두 교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사 경력 10년차인 한 교사는 “교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체벌을 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회초리 없이 아이를 다루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며 “교실 분위기가 점점 흐트러지자 결국 매를 들게 됐다”고 말했다.
체벌 없는 학교를 만들려면 교사들이 매를 들지 않아도 교육이 이뤄지도록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사를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되어야 한다.
‘사랑의 매’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힘들다면 신체적 고통을 주는 체벌을 금지해야 한다. 대신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교육 당국과 교사, 학부모와 학생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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