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녀’가 알뜰쇼핑 하는 곳?…불황 모르는 중고 명품시장

  • 입력 2006년 8월 18일 03시 08분


1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중고 명품 매장에 진열된 중고 시계들. 전문 감정사를 두고 있는 이 매장에는 정상가보다 싼값에 진품을 구하려는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강병기  기자
1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중고 명품 매장에 진열된 중고 시계들. 전문 감정사를 두고 있는 이 매장에는 정상가보다 싼값에 진품을 구하려는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강병기 기자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중고 명품 매장. 30대 초반의 여성이 들어와 검은색 핸드백을 내놓으며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핸드백을 받아 든 종업원은 겉과 속을 꼼꼼히 살피더니 “정확한 감정가가 정해지면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올봄에 구입해 10번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위탁의뢰서’를 받아 든 뒤 매장을 둘러보다 100만 원짜리 중고 샤넬 핸드백 한 개를 골라 카드로 결제했다.

최근 일부 연예인과 강남 부유층을 노린 가짜 명품시계 사건이 불거진 데다 ‘된장녀’ 논란이 확산되면서 지나친 자기과시와 허영심에 찬 ‘명품족(族)’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중고 명품 매장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불황 모르는 중고 명품 시장=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는 30여 곳의 중고 명품 매장이 몰려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150여 개의 중고 명품 매매사이트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곳을 찾는 주 고객은 20, 30대 여대생과 직장 여성이지만 2, 3년 전부터 중고교생들의 명품 소비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중고 명품매장 관계자들이 전했다.

최근엔 명품 대여만 전문적으로 하는 매장도 생겨났다. 압구정동에 있는 명품 의류 대여점인 A사는 100만∼400만 원대의 명품 의류 800여 벌을 보유하고 있다. A사 사장 이모(32) 씨는 “졸업 시즌이나 호텔 파티가 있을 때는 하루에 100여 벌이 나간다”며 “중고 명품 시장은 불황이 없다”고 말했다.

▽명품 감정에 1주일 걸리기도=중고 명품의 가격은 새 명품 가격의 30∼70% 선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할인을 하지 않는 브랜드인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핸드백이나 의류 같은 경우는 눈으로 쉽게 진품 여부를 가릴 수 있어 감정 기간이 짧다. 하지만 보석류나 시계류는 전문 감정사에게 의뢰한다. 특히 ‘가짜 명품 시계 사건’ 이후 시계는 겉모습만 보지 않고 내부 부품까지 확인하기 위해 완전히 분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시계는 진품 여부를 가리는 데 1주일 이상이 걸린다는 것.

중고 명품매장은 ‘전당포’ 기능도 하고 있다. 대다수 매장에서 명품을 담보로 매입가의 30% 수준까지 현금을 빌려 준다. 명품을 맡기는 사람은 대부분 카드 대금을 갚기 위해서라고 한 중고 명품매장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은 유행에 가장 민감”=중고 명품 매장 사장 김모(43) 씨는 “손님들이 가져오는 제품을 보면 거의 90% 이상이 새 제품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 여성들은 계절마다 트렌드를 바꾸는 외국 명품 브랜드의 상술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김 씨는 “선물 받은 명품이라며 가져온 물건은 80%가 가짜”라며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실망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 설 기자 snow@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된장녀:

‘된장녀’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진 유행어로 자신은 능력이 없지만 돈 많은 남자나 부모에게 기대 외국 명품이나 고급 문화를 지향하는 여성을 말한다. 허영심 많은 여성을 비하하는 말로 테이크아웃 커피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을 즐기는 여성까지 된장녀로 불리면서 인터넷에선 남녀 간 논쟁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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