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성한 F-15K 추락 상황

  • 입력 2006년 8월 18일 17시 40분


동해상에서 추락한 F-15K는 사고 당일인 6월 7일 오후 7시 42분경 다른 2대의 F-15K와 함께 동해상에서 야간 요격훈련을 실시하기 위해 공군 대구기지를 이륙했다.

사고기인 1번기와 2번기는 적기에 대한 요격 임무를, 3번기는 가상적기 임무를 각각 부여받았다.

이들 3대의 F-15K는 대구기지에서 이륙한지 약 15분만인 오후 7시 57분경 포항 동쪽 해상에 도착, 훈련에 돌입해 계획된 대로 2번째 임무까지 무난히 마쳤다.

이어 세번째 임무로 가상적기인 3번기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심한 기동을 하면서 침투를 시작했다.

이를 레이더로 포착한 1,2번기가 3번기를 따라 붙었고 오후 8시 11분 38초에 1번기가 2만4000피트 상공에서 3번기를 향해 원거리 미사일인 AIM 120 한 발을 가상으로 발사했다.

2번기도 7초 후인 오후 8시 11분 45초에 1번기와 마찬가지로 3번기를 향해 같은 종류의 미사일을 가상으로 발사했다.

1,2번기는 미사일 발사 직후 적기로부터의 공격을 회피하고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기수를 아래로 향하면서 이른바 전술기동(Crank 기동)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1번기는 기체의 강하 자세가 깊어지고 고도가 낮아진 상태에서 계속 임무를 수행하면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오후 8시 12분 3초에 고도 1만1000피트에서 '임무중지'를 송신했다.

1번기의 임무중지 송신에 2번기와 3번기도 오후 8시 12분 5초와, 7초에 각각 임무중지를 외친다.

1번기가 '임무중지'를 송신한 후 아무런 얘기가 없자 2번기 후방석에 앉았던 조종사가 오후 8시 12분 11초에 "뭐 나쁘니"라고 1번기를 향해 외쳤고, 2전기 전방석 조종사도 곧바로 "기수 방향이 어디냐"며 1번기를 불렀다.

2번기 후방석 조종사는 6초 후인 오후 8시 12분 17초에 다시 1번기를 향해 "어디 안 좋아"라고 불렀지만 1번기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1번기는 임무중지를 외친 후 16초 뒤인 오후 8시 12분 19초에 해수면과 거의 90도에 가까운 82도의 각도에 마하 1.34의 엄청난 속도로 동해상에 추락했다.

급격한 전술기동 과정에서 1번기에 9G에 해당하는 중력가속도가 걸려 전후방석에 각각 앉았던 2명의 조종사들이 거의 동시에 의식상실(G-LOC)에 빠져 추락했다는 것이 공군측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1번기 전방석에 앉았던 고(故) 김성대 중령과 후방석에 앉았던 이재욱 소령은 목숨을 잃었고 1번기 F-15K는 산산조각이 났다.

다음은 공군 사고조사위가 밝힌 F-15K 추락 직전의 교신 상황.

▲(1번기 전방석 조종사) "가상적기를 향해 원거리미사일 AIM 120 미사일을 발사했다"(오후 8시 11분 38초)

▲(2번기 전방석 조종사) "가상적기를 향해 AIM 120 미사일을 발사했다"(오후 8시 11분 45초)

▲(2번기 전방석 조종사) "가상적기가 북쪽 방향으로 90도 선회해 대응 기동중"(오후 8시 11분 55초)

▲(1번기 전방석 조종사) "임무중지"(오후 8시 12분 03초, 더 이상 강하하면 안되겠다는 판단에서 임무중지 선언)

▲(2번기 전방석 조종사) "임무중지"(오후 8시 12분 05초)

▲(3번기 전방석 조종사) "임무중지"(오후 8시 12분 07초)

▲(2번기 후방석 조종사) "1번기, 뭐 나쁘니?"(오후 8시12분 11초) (2번기 전방석 조종사) "1번기, 기수 방향이 어디인가?"

▲(2번기 후방석 조종사) "1번기 어디 안 좋아?"(오후 8시12분 17초)

▲1번기 오후 8시 12분 19초 동해상에 추락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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