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강로2동 동사무소에 따르면 16일 40대 후반의 한 남성이 동사무소를 찾아왔다. 지난달 28일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망신고를 하러 왔다는 그는 ‘내가 잘못되면 동사무소 직원에게 전해 다오’라는 글이 쓰인 밀봉된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를 열어 본 동사무소 직원은 유서와 1만 원짜리 지폐 100장을 발견했다. 소인이 찍힌 우표 수백 장이 담긴 손때 묻은 우표책 1권도 함께 들어 있었다.
유서에는 ‘나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이웃들을 위해 돈을 써 달라’는 바람과 생전에 도움을 줬던 동사무소 사회복지과 직원에 대한 고마움으로 ‘내 생애 마지막 선물인 우표를 남긴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이웃사랑을 실천한 주인공은 지난달 28일 향년 76세로 세상을 뜬 이영순 할머니.
이 할머니 집에 자주 들렀던 동사무소의 한 직원은 “우표 중에는 1963년 소인이 찍힌 것도 있다”며 “돈과 우표는 할머니께서 평생 동안 모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할머니께서 평소에도 항상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그 마음을 돈과 가장 아끼시던 우표로 남기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강로2동 동사무소는 이 할머니가 남긴 성금을 사회복지시설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기탁할 예정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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