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꾸러기 아이들은 늦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물에 뛰어들어 송사리를 잡는다고 난리다. 둔치에 마련된 쉼터 그늘에서는 어른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더위를 피했다. 옆으로 시원스레 자전거가 달리고 농구장에선 젊은이들이 땀을 흘렸다. 22일 찾은 경기 안양시 도심 한복판을 흘러가는 안양천의 풍경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악취를 풍기며 흐르던 안양천이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해 시민 곁으로 돌아왔다.
시가 2004년 10월 시작한 안양천 구 군포교(호계3동)∼안양철교 구간 6.75km에 대한 자연형 하천조성사업을 지난달 완료한 것. 둔치 주차장과 콘크리트 구조물은 걷어냈고, 호안 둘레는 자연석으로 꾸몄다.
둔치엔 갯버들, 갈대, 감국, 물억새 등 22종 80만 그루의 식물과 나무들을 심었다. 징검여울과 징검다리를 만들었고 자전거 도로도 깔았다. 생태습지와 쉼터, 다목적 체육시설 등도 마련했다.
이런 노력을 거쳐 죽음의 하천으로 불리던 안양천은 이제 생명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2000년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이 34.3ppm에 이르던 수질은 지난해 평균 5.5ppm(3급수)으로 대폭 개선됐다. 물이 맑아지자 물고기들이 돌아왔다. 피라미, 붕어, 잉어, 미꾸리, 메기에 1급수에 사는 어종인 버들치에다 참게까지 발견된다.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새들도 찾아든다. 왜가리 쇠백로 노랑할미새 흰뺨검둥오리를 비롯해 지난해 겨울에는 철새까지 49종이 발견됐다.
천변을 거니는 주민들도 안양천의 달라진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산책 중이던 한 주민은 “예전에는 시궁창 냄새에 파리, 모기가 들끓어 정말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이젠 아침저녁으로 찾는다”며 흐뭇해했다. 또 다른 주민은 “덕분에 아파트 가격도 올라가고 삶의 여유도 생겼다”고 반겼다.
안양천 본천에 앞서 2004년에 생태하천으로 먼저 복원된 안양천 지천인 학의천(4.5km)은 최근 1.5ppm(2급수)까지 수질이 좋아졌다.
시는 나머지 주요 하천인 삼성천(2.75km)과 수암천(5.5km)도 올해 말부터 복원에 들어가 2010년까지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안양천의 나머지 안양시계 구간(안양철교∼서울시 금천구 6.3km)도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해부터 복원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업이 끝나면 2001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시작된 안양천 살리기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안양천 살리기 기획단을 구성할 때만 해도 과연 변화가 가능할까 반신반의했었다”며 “민·관·기업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안양의 생명줄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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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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