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울산에 담쟁이덩굴이 많은 데는 박맹우 시장의 공이 크다. 민선 구청장 구속으로 1998년 9월부터 2년간 동구청장 권한대행을 했던 그는 “삭막한 도시 분위기를 바꿔 보자”며 담쟁이덩굴 심기 사업을 추진했다.
2002년 7월 울산시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그는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해 왔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달 초 4기 민선시장 취임 후 연 첫 간부회의에서 그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구석구석을 다녀 보니 담쟁이덩굴을 심지 않은 곳이 많았다. 이는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을 안 했기 때문”이라고 질책했다.
그제야 담당 부서는 2010년까지 57억5000만 원을 들여 덩굴식물 100만 포기를 방음벽 등 219곳에 심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상사의 질책에 허겁지겁 움직인 공무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3년여 전인 2003년 7월 울산시 간부회의에서 김명규 정무부시장은 “영남알프스에 있는 등억온천단지가 제대로 개발되지 않아 관광객을 타지에 뺏기고 있다”며 개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1996년 완공된 이 온천단지(21만5000평)는 개발 행위가 제한된 군립공원지역에 포함돼 있어 러브호텔 30여 곳만 성업 중일뿐 전체 용지의 80%는 미개발 상태다.
김 부시장은 올 6월 퇴임 때까지 여러 차례 비슷한 지시를 했고, 상인들도 온천단지 활성화 대책 마련을 건의했지만 공무원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계속되는 한 울산의 4대 시정 방침 가운데 하나인 ‘신뢰 감동 행정’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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