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구구구… 정든 서울시청 떠나요” 비둘기집 이전

  • 입력 2006년 8월 28일 03시 00분


‘평화의 상징’에서 ‘도시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비둘기가 수십 년간의 삶터인 서울시청 옥상 둥지에서도 끝내 퇴출됐다.

서울시는 시청 본관 옥상 위 비둘기 집에서 살아온 비둘기를 최근 서초구 양재동 ‘양재시민의 숲’으로 옮겼다고 27일 밝혔다. 비어 있는 비둘기 집은 다음 달 6일부터 시작되는 옥상 녹화 작업 중 철거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둘기 배설물의 독성이 강해 청사 관리에 어려움을 주는 데다 배설물 내 병균이 시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있어 비둘기 집을 철거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청 본관 옥상에 비둘기가 머무르기 시작한 건 30∼40년 전. 동서 냉전이 한창이었던 당시만 해도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하는 새로 인식됐고, 각종 행사에 비둘기를 자주 날리기도 해 서울시는 비둘기 모이를 주는 전담 직원을 두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다. 현재의 비둘기 집도 86아시아경기와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6년에 증축한 것.

하지만 비둘기 수가 늘어나고 비둘기가 뚱뚱해져서 제대로 날지도 못하자 서울시는 올해 들어 모이 공급을 중단했다.

한편 비둘기 집이 철거되는 시청 본관 옥상은 인조잔디로 덮이게 된다. 당초 흙으로 덮고 나무와 풀을 심는 본격적인 녹화를 검토했으나 낡은 지붕이 하중을 견디지 못한다는 안전진단 결과가 나온 데 따른 조치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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