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28일 상품권 발행업체 코윈솔루션의 지분을 모친이 보유하고 있는 국세청 직원 권모(48)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의 자택 등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고, 19개 발행업체 중에서 핵심 수사 대상을 7, 8개로 선별해 압축했다.
▽전격 압수수색=검찰이 권 전 행정관과 코윈솔루션 최모(45·여) 공동대표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것은 다른 어떤 사안보다도 신속하게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관련 인물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 청와대가 직접 수사의뢰한 사안인 만큼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권 전 행정관과 코윈솔루션 측은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과정에서의 로비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로서는 면죄부만 주는 수사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청와대 측이 25일 수사의뢰를 하면서 검찰에 넘겨준 자료에는 딱 부러지게 권 전 행정관의 혐의사실을 특정할 만한 것은 없고 ‘이런저런 의심이 가니 조사해 달라’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권 전 행정관과 최 씨의 남편 양모(46·6급) 씨는 최근까지도 국세청 직원으로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 왔고,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권 전 행정관의 모친 명의를 빌린 것일 뿐이라는 이들의 해명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또한 코윈솔루션은 2001년 이후 국세청, 한국은행 등 정부기관의 정보기술 감리와 컨설팅 업무를 여러 건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은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난 것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자택 압수수색까지 나섰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수사 단서를 포착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핵심 수사 대상은 7, 8개 업체”=검찰은 24일 검찰 직원 230여 명을 동원해 상품권 발행업체 19개사 전체에 대해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압수수색을 했다.
당시 압수수색 현장에 직접 나간 검사는 10명. 19개 상품권 발행업체 중 검사가 직접 현장을 지휘한 10개사는 서울동부지검의 내사자료와 각종 첩보 등을 바탕으로 해 1차적으로 주요 수사 대상으로 선정한 곳.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자료를 토대로 정관계 로비의혹 등이 짙은 업체와 올해 들어 지정된 후발 업체 중에서 7, 8개 업체를 다시 핵심 수사 대상 업체로 추려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과 정치권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된 업체를 우선적으로 집중 조사하고 있다”며 “지난해 8월 한꺼번에 지정을 받은 11개 업체가 대박을 터뜨리자 여기저기 연줄을 동원해 뒤늦게 뛰어든 업체도 주요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최우선 수사 대상으로 꼽는 곳은 게임 제작과 상품권 발행업을 겸하고 있는 ‘안다미로’.
이 회사의 대표 김용환(48) 씨가 지난해 8월 발행업체로 지정받기 얼마 전까지 업체 선정 권한을 가진 게임산업개발원의 이사로 재직했고 그를 둘러싼 의혹이 많기 때문이다.
김 씨는 상품권 제도를 도입하고 인증제를 지정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문화관광부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장본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권 전 행정관이 관련된 코윈솔루션도 핵심 수사 대상이다. 코윈솔루션은 지난해 12월 상품권 발행업체 부적격 판정을 받은 지 8일 만에 재심사를 신청했고, 그 뒤 한 달 만에 적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3·1절 골프’에 동행했던 부산 지역 상공인이 주요 주주인 ‘삼미’ 역시 주요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해피머니아이엔씨, 씨큐텍, 싸이렉스도 상품권 초과 발행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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