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성인게임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본격 수사에 나선 지 10여 일이 지나면서 게임기 인허가 로비 의혹 부분은 김민석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장, 경품용 상품권 부분은 발행업체 ‘안다미로’의 김용환 대표가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29일 밤 검찰에 체포된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성인게임기 ‘황금성’이 등급분류를 받는 과정에서 황금성 제조업체인 현대코리아 측으로부터 게임기 150대를 받고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에게 로비를 한 혐의가 포착됐다.
김 회장은 또 ‘바다이야기’ 게임기의 AS를 맡고 있는 회사인 제이비넷의 지분 40%를 다른 사람 명의로 갖고 있는 최대 주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황금성뿐만 아니라 바다이야기에도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4월 국회에서 ‘경품용 상품권 폐지’ 법안이 발의되자 이를 막는 데 적극 나서기도 했다.
당초 검찰은 30일 오전 김 회장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김 회장을 체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9일 오후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사실이 일부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날 밤 급히 심야에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김 회장 아파트에 들이닥쳤다.
이날 오후 11시경에 도착한 수사관들이 닫힌 문을 드릴로 뚫고 들어가자 반바지 차림의 김 회장은 36층의 아파트에서 USB메모리(이동식 저장 장치)와 휴대전화를 창 밖으로 내던지고 예금통장과 회계서류를 찢어버리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한편 안다미로 김 대표는 경품용 상품권 제도 도입과 발행업체 지정제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지난해 김 대표를 내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예금계좌 100여 개를 추적했고 이 중에는 차명계좌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대표는 2004년 말 검찰에서도 영등위를 상대로 로비한 혐의로 내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김 대표가 대학교수 출신의 영등위원에게 연구비를 준 사실을 밝혀내고 이 돈이 사실상 로비자금인지를 집중 조사했으나 혐의 사실을 확정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경찰과 검찰의 당시 내사 기록을 넘겨받아 재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김민석 회장은
개그맨 출신… 국회 ‘상품권 폐지안’ 적극 저지
김민석(41) 씨는 2003년 4월부터 현재까지 성인오락실 업주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한컴산) 회장을 맡고 있다.
1985년 2월 설립된 이 단체의 회장을 연임한 것은 김 씨가 처음.
부산의 모 대학 학생회 간부 출신인 김 씨는 1991년 KBS 개그맨 공채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크게 빛을 보지 못한 김 씨는 얼마 뒤 낙향해 부산에서 대형 오락실을 운영하면서 수완을 발휘했다.
서울로 다시 올라온 그는 1998년 7월 게임기 개발 및 제조업체인 멀티소프트를 창업했다. 이 업체는 이듬해 문화관광부로부터 우수개발업체로 선정됐고, 지난해 32억 원의 매출을 올린 종합오락실 브랜드인 ‘조이랜드’를 전국 20여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2000년부터 한컴산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한 김 씨는 달변가여서 단숨에 유명세를 탔고 2003년 3월 은덕환 전 회장의 지지 아래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업계 내에서는 경품용 상품권 인증제 도입 과정에서 김 씨가 김용환 안다미로 대표, 은 전 회장 등과 함께 로비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러나 김 씨는 상품권 사업 참여 문제 등으로 은 전 회장 등과 의견 차이를 빚어 최근에는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황금성 게임 제작업체와 가깝게 지내온 김 씨는 올해 3월 선거 때 이 업체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지난해 4월 열린우리당 강혜숙 의원이 발의한 ‘경품용 상품권 폐지를 위한 개정법’을 저지하기 위해 김 씨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항의 방문했다. 영상물등급위 몇몇 심의위원과는 가깝게 지내 왔다고 한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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