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는 4일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내정자의 평소 주장이 참여정부의 교육정책과 상충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짤막한 논평을 냈다. 김 내정자가 구술한 내용을 교육부가 정리해서 발표한 것이다.
김 내정자는 이 논평을 통해 “정부의 정책기조와 나의 교육정책적 생각은 기본 방향에서 일치한다”며 “그래서 발탁된 것으로 알고 나도 그것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학자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조건 없이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과 구체적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것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교육정책은 국가 전체의 정책 방향, 정책의 일관성, 정책의 실현 가능성 등을 감안해서 판단하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내정자는 일관되게 자율성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내정되자마자 소신을 꺾고 ‘코드’를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내정자는 각종 기고문과 저술 활동을 통해 자립형사립고 등 학교 다양화 정책, 대학과 사립학교의 자율성 보장, 교육 수월성 확보와 영재교육 강화 등을 주장해 왔다. 특히 “교육당국의 획일적인 통제 위주 정책이 교육을 망친다”며 교육부의 권한 축소를 촉구해 왔다.
자율성을 중시하는 김 내정자의 교육관은 평등주의를 강조하는 참여정부의 정책기조와 잘 어울리지 않고 세부 방안에서는 상충된다. 김 내정자는 다양한 학교를 강조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자사고 확대에 미온적이고 국제중은 법을 바꿔서라도 막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김 내정자가 참여정부와 교육 정책기조가 같다고 선언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는 교육부총리로 내정되기 전 교육혁신위원회 세미나에서 발표하기 위해 작성한 ‘한국의 미래 교육비전과 전략’ 원고에서 “현재 한국의 학교들은 획일성 때문에 수월성도 평등성도 모두 죽어 있다”며 “학교의 다양화, 교육과정 운영의 유연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가 재능별 능력별 수업을 권장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고교 평준화가 평등정책의 하나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평준화는 적극적인 평등정책이 되지 못하고 고교의 획일화를 조장하는 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신망을 받아 온 김 내정자가 ‘자리’ 때문에 불과 며칠 만에 소신을 꺾고 정권의 코드에 맞는 정책에 휩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 내부에서도 “공연한 말로 스스로 흠집을 낸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임명된 5명의 교육부 수장 가운데 자신의 소신을 꺾은 대표적 사례로 김진표 전 부총리가 꼽힌다. 그는 경제통으로 교육의 수월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참여정부의 ‘코드’에 맞추는 정책을 펴는 데 앞장섰다는 평가다.
그는 2003년 3월 경제부총리 시절 교육 개방을 주장하며 당시 윤덕홍 교육부총리와 대립각을 세웠다. 또 같은 해 ‘10·2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강북 등지에 특수목적고를 세워 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부총리는 취임한 뒤 특목고 설립에 반대하고 사학법 개정 직후 사학 운영자에 대해 ‘족벌 경영’ 운운하며 비판했다. 그는 “교육부총리를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지만 사석에서는 ‘나는 시장주의자’라는 상반된 말을 하기도 했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자사고를 20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가 정부가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양극화 대책을 들고 나오자 돌연 자사고와 외국어고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는 ‘코드’를 좇아 “외고는 실패한 정책”이라며 외고 선발지역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퇴임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 소신을 꺾을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김 내정자가 과연 앞으로 김 전 부총리와 같은 전철을 밟을지 주목된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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