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투명 道政’ 부지사가 깨서야…

  • 입력 2006년 9월 5일 07시 26분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프랑스와 폴란드를 방문하기 위해 4일 오전 대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경북도해외자문관협의회총회 참석 등으로 9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유럽 방문에는 이철우 정무부지사와 담당 직원, 통역 등 10여 명이 동행했다.

또 매일신문과 대구방송(TBC) 등 2개 지역 언론사의 기자 등 3명도 함께 갔다. 당초 이 부지사와 취재진은 이번에 동행할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무슨 이유인지 갑자기 방침이 바뀐 것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 부지사가 국내에 많은 인맥을 갖고 있어 해외 인적 네트워크 구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김 지사가 ‘같이 가자’고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진 동행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도 공보관실과 비서실 등은 “1일에야 취재진 동행 방침이 결정됐으나 왜 매일신문과 TBC가 선정됐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 언론사의 한 기자는 “최근 이 부지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 ‘유럽 순방에 동행할 수 있느냐’고 물어 회사 형편상 어렵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북도청 출입기자 중 대부분은 이런 사전 권유나 질문을 전혀 받지 못했다. 동행 취재진 선정 작업이 공보관실 등 공식 통로를 통해 이뤄지지 않고 ‘은밀하게’ 결정된 때문이다.

이처럼 올해 들어 경북도청 내에서 취재진 동행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이 수차례. 그 논란의 중심에는 국가정보원 중간 간부 출신인 이 부지사가 있었다.

경북도의 한 간부는 “김 지사만 갈 예정일 때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이 부지사의 동행이 결정된 이후 취재진 참석 및 선정 문제 등이 불거졌다”고 말했다. 이 부지사가 향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지역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기자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은 이해할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공식 행사에 동행할 취재진 선정 문제까지 주무 부서를 제치고 부지사가 직접 나서 결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경북 도정(道政)이 은밀하고 비공식적인 방식에 휘둘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