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 최일호 교사(56·체육환경부장)가 교정에서 학생들에게 ‘황금편백’이란 나무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 나무는 줄기가 곧게 자라 목재로서의 가치가 높단다.”(최 교사)
“선생님. 그럼 장롱이나 피아노 만드는 데 사용하면 좋겠네요.”(학생)
“그래 맞아. 그러니까 여러분은 교정에 심어진 나무를 소중히 여기고 아낄 줄 알아야 해.”(최 교사)
최 교사는 송월초교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 ‘나무 선생님’으로 통한다.
교정과 교실로 올라가는 계단(인공화단)에 심어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가 그에게는 모두 자식만큼이나 소중하다. 자신의 땀과 정성이 닿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올 여름방학 기간 단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방학 내내 매일 오전 8시 반 출근해 나무와 꽃에 물을 주고 제초작업을 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물을 주지 않으면 말라 죽기 때문에 학교 시설을 관리하는 기사 1명과 함께 2만 여 그루에 달하는 나무를 혼신의 힘을 다해 관리했다.
인천시가 학교공원화사업을 추진하면서 나무 구입비 명목으로 이 학교에 1억2000만 원의 예산을 줬지만 관리비 예산은 주지 않아 최 교사가 직접 관리에 나선 것.
최 교사가 학교 환경개선에 이처럼 신경을 쏟는 것은 ‘좋은 학교 환경이 정서적으로 건강한 학생을 키워 학업성적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된다’는 나름의 교육철학 때문.
“학교에 들어서면서 눈앞에 펼쳐진 푸른 나무와 예쁜 꽃을 보면 학생들의 정서도 순화되겠죠.”
이 학교 재학생인 임규하(11·4학년) 군은 “푸른 숲에 둘러싸인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 공부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고 말했다.
1999∼2001년 이 학교에 재직했던 최 교사는 지난해까지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좋은 근무 여건을 포기하고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올 3월 송월초교에 다시 지원했다.
장영애(58) 교장은 “최 교사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동료로 존경을 받고 있다”며 “대학 캠퍼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교정이 만들어지자 매일 저녁 주민 100여 명이 학교를 찾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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