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 및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며 지역에서 불우 이웃을 돌보고 있는 석가화(49·여) 씨가 처음으로 음반을 냈다. 의지할 데 없는 청소년들을 보살피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무소유’라는 제목의 이 음반에는 그의 가수생활 20여 년의 역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척추장애로 1시간 이상 서 있을 수 없는 그가 가수의 길을 걷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 안양예고와 서울의 한 명문 여대 무용과를 나온 그는 대학 재학 중 결혼한 후 전북 전주에서 국악 공연을 마치고 서울로 가다 고속도로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척추 등을 심하게 다친 그는 9년간 식물인간처럼 지내야 했다. 그는 “‘딸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며 병상의 나를 돌본 어머니의 극진한 사랑과 희생이 없었다면 의식을 되찾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날 기적적으로 깨어나 보니 교통사고를 당한 해에 낳은 아들이 아홉 살 난 초등학생으로 자라 있었고 남편과는 이혼절차가 끝나 있는 등 모든 게 변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후 자신의 인생은 덤이라고 생각했다. 진통제 없이 하루도 견딜 수 없는 몸을 이끌고 대구로 내려왔지만 타고난 끼는 감출 수 없었다.
그는 무용은 포기하고 노래로 방향을 바꿨다. 지난 10여 년 동안 틈틈이 경로당과 장애인 수용시설 등에서 위로공연을 했다.
그는 2003년 대구 중구 K상가 건물에 ‘대구아트홀’이라는 공연장을 겸한 거처를 마련해 오갈 데 없는 청소년 70여 명과 숙식을 함께 하며 국악과 붓글씨 등을 가르쳐 왔다.
하지만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최근 그가 입주해 있는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 임차 보증금(4억 원)을 모두 날리게 된 것.
이 보증금은 어머니가 남긴 유산에다 그가 옷가게를 하며 마련한 전 재산.
다음 달 중순까지 집을 비워야 하는 그는 “눈치가 있는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나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거처를 옮기는 등 뿔뿔이 흩어졌지만 아직 어린이 10여 명은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18일 대구시민회관에서 신곡 발표회를 열 예정인 그는 “어려운 형편을 알고 음반을 내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매우 고맙다”며 “남은 인생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바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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