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LNG 소비의 35∼40%가 가정용 난방에 쓰이기 때문에 LNG 부족은 곧바로 ‘난방 위기’로 이어진다.
예전에도 이 같은 상황을 맞아 추가로 LNG를 긴급 수입해 충당한 적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천연가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발전용 LNG 사용 급증
국내에서 사용되는 천연가스는 모두 액체 형태의 LNG.
한국은 세계 LNG 사용 13개국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소비량이 많은 국가이며 가스공사는 도입량 기준으로 세계 1위의 가스회사다.
LNG 수입은 산자부가 2년마다 내놓는 ‘장기 천연가스 수급 계획’에 따라 이뤄진다. 현재의 수급은 2004년 12월의 제7차 수급 계획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 2, 3년 동안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 건설이 계획대로 되지 않자 발전용 LNG 사용량이 급증했고 수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장기수급계획에 따르면 올해 발전용 LNG는 800만 t 정도가 소비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올해 8월까지의 소비량을 봤을 때 연간 발전용 LNG 소비는 1000만 t까지 늘어날 것으로 가스공사는 전망한다.
고유가도 한몫했다. 유가가 오르자 발전회사들이 값이 비싼 중유 대신 LNG를 사용하는 바람에 LNG 소비가 더 늘었다는 분석이다.
○ 도시가스 절반이 가정 난방용
LNG 소비는 발전용과 도시가스용 2가지로 나뉜다. 이 중 발전용이 35%, 도시가스용이 65% 정도를 차지한다.
발전용 LNG 소비가 늘어나면 도시가스용 LNG가 부족해진다. 도시가스용 가운데 절반은 가정 난방용으로 쓰인다.
추운 겨울철에 LNG가 부족하면 난방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군다나 겨울철 LNG 사용량은 날씨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이상 기온으로 날씨가 추워지면 LNG 부족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겨울 낮 최고기온이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자 LNG 소비는 예상보다 한 달에 60만 t 정도 많아지기도 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내년 1∼3월의 예상 소비물량은 확정된 것이 아니며 부족한 물량은 단기 시장에서 구입하고 저장소에 비치된 200만 t의 LNG를 사용하면 겨울을 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겨울철 단기 시장의 LNG는 장기 계약으로 들여오는 물량보다 10∼20% 비싸 손실이 크다. 가스공사는 발전회사에도 LNG 대신 중유 사용을 독려할 계획이다.
○ 산자부 차관 “가스 좀 구해오라”
세계적으로 가스 공급이 부족해 단기 시장에서 LNG를 원하는 양만큼 구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국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카타르 오만 호주에서 LNG를 들여오지만 이들 나라는 대부분 20년에 이르는 장기 계약을 하기 때문에 지금 남는 물량이 없다. 새로운 시장을 뚫거나 다른 방식으로 충당해야 하는 셈이다.
이원걸 산자부 차관은 최근 이수호 가스공사 사장에게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돌아다녀 가스를 좀 구해 오라”고 부탁했다.
가스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제가 급성장하는 중국과 인도의 가스 사용이 늘고 있고 미국과 영국 북해의 가스가 고갈되고 있어 이들 나라의 해외 수입물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LNG 소비국인 일본의 경기회복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가스공사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미국의 LNG 소비가 늘면 단기 시장에서 한국이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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