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검사는 검찰 내에서 ‘특별수사통’으로 인정받아 온 중견 검사. 부산 출신으로 1988년 외무고시(22회)에 합격한 데 이어 1993년 사법시험(35회)에 합격해 검사로 임관했다.
이번 법조비리 사건 수사에서 박 검사는 사실상 주임검사 역할을 했다. 수사 전반에 관여하면서 핵심 인물인 조관행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김 씨를 직접 조사했다.
또 지난해 국가정보원(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사건 수사 때에는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 등 ‘거물급’ 인사들에 대한 조사를 맡았고, 그에 앞서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 사건과 한국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사업 의혹 수사에도 참여했다.
한편으로는 올해 2월 검찰 인사에서 황교안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현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 2002년 안기부 도청 사건의 부실 수사를 이유로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자 검찰 내부통신망에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검사의 갑작스러운 사표 제출 소식이 알려지자 일선 검사들은 물론 검찰 수뇌부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이 소식을 접하고 “계속 큰 사건을 맡느라 쉴 틈이 없었던 것 같다”며 “특히 이번 법조비리 사건 때문에 나도 박 검사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줬는데,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검사는 지난해 11월 불법감청 사건 수사 때 검찰의 대선배인 신건 전 국정원장을 구속한 데 이어 자신이 조사를 맡았던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지인들에게 “힘들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이어 법조비리 사건 수사에서 구속 직전까지 현직을 유지하며 결백을 주장했던 조 전 부장판사를 조사하며 심리적 부담을 느꼈고, 한때 같은 건물에서 근무했던 김영광 전 검사가 결국 구속된 것도 사의를 굳히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검사는 6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건강도 좋지 않고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다”고만 밝혔을 뿐 말을 아꼈다. 박 검사는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변호사 개업을 할 계획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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