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요즘 우리 아파트/대구 수성구 메트로팔레스<上>

  • 입력 2006년 9월 7일 06시 25분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만촌동 대구중앙초등학교 3층 반딧불도서관.

밝은 표정으로 책을 보는 어린이들 주변에서 앞치마를 두른 어머니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이 도서관의 ‘명예사서선생님’.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중앙초교는 1995년 당시 학교 터(대구 중구 공평동)가 중앙공원으로 바뀌면서 사라졌으나 폐교 8년 만인 2003년 3월 이곳에서 다시 개교했다.

인접한 대단위 아파트인 메트로팔레스에 2003년 1월 입주가 시작된 이후 중앙초교는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이때부터 메트로팔레스 주민들의 좋은 학교 만들기 계획이 돛을 올렸다. 전교생 1900여 명 가운데 이 아파트에 사는 학생이 70%에 이른다.

“좋은 학교는 학부모들이 적극 참여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자녀의 학교는 곧 부모의 학교이기 때문이죠. 독서가 생활이 된 교내 분위기는 최고의 학교를 지향하는 메트로팔레스 주민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권영근 교장)

2004년 12월 개관한 반딧불도서관의 이름도 학부모 500여 명이 응모한 명칭 중 선정된 것. 이후 도서관 꾸미기, 책 읽어 주고 골라 주기, 독후감 지도하기 등 ‘살아 있는 도서관’을 만드는 일은 모두 명예사서인 어머니 120명이 맡고 있다.

어머니들은 아파트 인근의 대형 할인점에서 사용한 영수증을 모아 분기별로 200만 원가량의 도서관 운영비를 마련한다. 이 돈으로 사서교사 보조원을 채용하고 신간 간행물도 구입하고 있다.

이들의 열성 덕분에 도서관에는 방학이나 휴일에도 책 속에 파묻혀 사는 어린이들로 넘친다.

명예사서교사 모임 회장인 김란숙(40·305동 거주) 씨는 “사서 역할을 계기로 집에도 가족독서모임이 생겨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좋은 학교를 만들어 우리 아이들이 훗날 훌륭한 인재가 됐으면 하는 것이 어머니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주민과 학교 간 거리감도 사라졌다. 자녀 둘이 이 학교에 다니는 신혜원(40·210동 거주) 명예사서는 “남편이 중앙초교 졸업생이어서 부모 자식보다는 선후배 느낌이 더 강한 것 같다”며 “1학년 딸과 함께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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