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농업기반공사는 1997년 3월부터 배수갑문을 개방해 바닷물을 유입시켜 수질 정화를 꾀했으나 시화호 폐수가 얼마나 독했던지 바다 속 해양생물이 오히려 떼죽음을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1998년 11월 김대중 정부는 시화호 담수화를 포기하고 배수갑문을 완전히 열어 버렸다. 방조제 건설에 들어간 6200억 원의 국민 세금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인간의 간섭이 줄어들면서 들고 나는 바닷물에 맡겨진 시화호는 그제야 스스로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1997년 20.8ppm에 이르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2000년엔 3.9ppm으로 크게 개선됐다. 갯지렁이 어패류가 갯벌에 등장하면서 이를 먹고사는 철새도 모여들어 유명한 철새군락지가 됐고, 갈대숲으로 둘러싸인 호수에 물고기 또한 모여들었다. 최근 공룡 알 화석이 발견되면서 생태뿐만 아니라 자연사적 가치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시화호 수문(水門)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안산사업단 시화호관리사업소 당직 직원과 건설교통부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시화호에서 물고기를 떼로 잡고는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이곳은 어로(漁撈)금지지역인 데다 수질 개선을 위해 만든 수문까지 맘대로 열었으니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었겠다. 이들이 실토한 고기잡이만도 4차례에 1t이나 된다고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격이라는 말이 딱 맞아떨어진다. 시화호의 아픈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 법한 사람들의 짓이기에 더 큰 분노를 자아낸다. 하기야 생선가게 어지럽히는 고양이가 이들뿐이랴.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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