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초등 논술 클리닉

  • 입력 2006년 9월 12일 03시 00분


■ 논제

도연이는 한자를 익히면 어휘력이 늘어나서 국어는 물론 다른 과목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한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도연이 어머니께서는 다른 친구들이 한자 급수증을 많이 따니, 한자 급수증을 따 두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이처럼 많은 어린이들이 치르고 있는 한자 급수 시험은 한자 실력을 높이는 데 꼭 도움을 주는지, 그렇지만은 않은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300자 내외로 논술하세요. [국어 6-1 다섯째 마당. 마음을 나누며]

■ 논제 분석

요즘 초등학생 사이에서 한자 열풍이 대단하다. 한자 교육을 초등학교 정규 과목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찬반론도 뜨겁다. 재량 학습으로 한자 수업을 하고 있는 초등학교가 늘고 있으며 가정에서도 학습지나 인터넷을 통한 한자 교육이 한창이다.

어린이들에게 한자 급수 시험 붐이 일면서 한자 공부를 하고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이 시험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이번 논제는 초등학생의 한자 교육에 대한 찬반 논쟁이 아니라 한자 공부를 위해 급수 시험이 꼭 필요한지 아닌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자를 공부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한자 공부를 위해 급수 시험이 꼭 필요한지 아닌지를 논리적으로 서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의 약 70%는 한자어에서 파생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한자를 배우는 것이 국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이유를 밝히는 것이 좋다. 또한 초등학교 시기의 어휘력과 연관 지어 학문이 아닌 도구로서 한자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한자 급수 시험이 한자 공부를 위해 꼭 필요한지 아닌지를 밝혀야 한다. 한자 급수 시험 응시자의 절반 이상이 초등학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초등학생들은 정말 한자를 좀 더 잘 익히기 위한 도전으로 급수 시험을 볼까? 대부분의 초등학생은 별다른 생각 없이 부모의 권유로 급수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다.

핵심연계교과서 분석
교과목학년 연계단원논제와의 연계요소
국어6-1 다섯째 마당 :
마음을 나누며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외국어를 구별하여 사용하기
·한자어의 뜻을 생각하며 옛글 읽기
사회5-2 2. 조상들의 슬기와 멋 ·옛날과 오늘날의 교육기관 비교하기
도덕4-1 2. 내 힘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기

정말로 한자를 잘 익히는 데 급수 시험이 꼭 필요한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군중심리에서 한자 급수 시험을 보는 것은 아닌지 주체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초등학생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 급수 시험은 한자 공부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합당한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나 입시 가산점 혜택을 받기 위해 급수 시험을 보는 것은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또한 초등학생들은 급수 시험을 봄으로써 한자 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예를 들면 한자 급수 시험은 어린이들이 한자 공부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매개체가 되고, 실력을 쌓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번 논제는 한자를 어떻게 공부해야 ‘한자 급수 시험 열풍’에 휩쓸리지 않고 진짜 실력을 쌓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는 데 초점을 두었다.

■ 핵심키워드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외국어]

고유어는 우리말에 본디부터 있던 말이나 그것에 기초하여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예를 들면 ‘어머니, 아버지, 하늘, 땅, 별’과 같은 것들이다. 한자어는 삼국 시대에 사람 이름, 땅 이름 등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들어온 말이다. ‘감기(感氣), 고생(苦生), 학교(學校), 가정(家庭)’ 등과 같은 낱말이 이에 속한다. 외래어와 외국어는 개념이 종종 혼동되기도 하는데 외래어는 외국어에서 빌려와 마치 우리말처럼 쓰이는 테이블, 레슨, 스타일, 라디오와 같은 낱말을 일컫고 외국어는 굿 모닝, 선데이처럼 자주 사용하긴 하지만 우리나라 말로 바꿀 수 있는 다른 나라의 말을 가리킨다.

고유어와 한자어의 구분이 어렵다면 국어사전을 찾아 참고하고, 외래어와 외국어는 우리말에 해당하는 낱말이 있고 없음에 따라 구분 지으면 된다.

한자 생성 원리

한자는 상형 지사 회의 형성 전주 가차 등 6개 원리에 따라 만들어진다. 상형이란 ‘모양(형)을 본뜨다’는 뜻 그대로 사물의 윤곽이나 특징을 본떠서 만든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글자인데 나무 목(木), 날 일(日), 달 월(月), 사람 인(人) 등이 이에 속한다.

지사나 회의, 형성 등의 한자 생성 원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 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이미지를 가진 글자를 만드는 원리이다. 예를 들어 기준선 위에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서 상(上)이라는 글자가 생겨났고, 이 글자를 거꾸로 하여 아래를 뜻하는 아래 하(下) 자가 생겨났다. 전주는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원리가 아니라 기존의 글자를 가지고 만드는 방법이다. 한자를 더 만들지 않더라도 기존의 한자에 새로운 개념을 담을 수 있다. 가차는 ‘가짜로 빌려 쓰다’라는 뜻으로 기본적으로 발음이 같거나 글자 모양이 같은 것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 예상 문제

정훈이는 음악에 소질이 없어서 피아노 배우는 것이 싫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남들 다 하는데 너는 왜 안 하느냐”면서 억지로 다니라고 하십니다. 내가 정훈이라면 어머니를 어떻게 설득할지 써 보세요.

■ 학생글

선찬영·인천 굴포초등학교 4학년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어휘의 대부분은 한자어로 되어 있다. 한자를 많이 알면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문맥상 알고 있는 한자를 대입해서 몇 번 맞추다 보면 문장의 흐름을 대강 이해할 수 있다. 한자 급수 시험을 보기 전에는 그냥 학습지로 한자 공부를 해 봤는데 강제성이 없기 때문인지 기억이 오래가지도 않고 자꾸 미루게 되고 실력이 쌓이지 않았다. 얼마 후 한자 급수 시험을 보려고 신청을 해 둔 뒤로는 새로운 목표가 생겨서인지 예전보다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대충 보고 이해하고 넘어갔던 것도 몇 번 더 중얼거리게 되고 연습장에 써 보기도 하면서 예전보다 익히는 속도도 빨라졌다. 뭔가 이루려는 목표를 정해 놓고 이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의 하나가 시험이라는 제도이기 때문에, 시험은 실력은 높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실력을 쌓아서 신문이나 사자성어, 또는 여러 가지 책을 읽을 때 자꾸 활용하다 보면 쉽게 잊어버리지도 않고 그 실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종현·부산 모덕초등학교 5학년

요즘에는 다들 한자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유치원 때부터 한자 급수를 딴다고 야단들이다.

과연 한자 급수 시험이 한자 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너무 높은 급수에 도전을 하다 보면 어려워서 하기 싫어하게 된다. 그래서 한자에 흥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또 실력이 늘지도 않게 된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던 급수의 자격증을 딴 후 다음 급수의 자격증에 도전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전에 배웠던 한자를 까먹게 된다. 무엇보다도 자격증 따는 일에 실패할 경우 실망감을 갖게 된다. 아무리 잘 차려진 진수성찬이라도 자기가 먹고 소화시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진정한 공부는 모르던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가지는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한자 자격증에 연연하기 보다는 자기의 진정한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총평

한쪽에 치우친 주장이 많았던 여느 때와 달리 이번 논제는 상반된 견해를 가진 글들이 엇비슷하게 올라와 논제에 대한 학생들의 치열한 문제의식을 짐작하게 해 주었다. 한자 실력을 높이기 위함이 ‘목적’이고 한자 급수 시험을 이를 위한 ‘수단’으로 본다면 이 둘이 어떤 관계를 맺으며 작용하는지에 대한 고민 과정이 글에 드러나야 할 것이다. 즉, 수단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도록 작용하는 경우와 역으로 수단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두루 따져 본 뒤 자신의 입장을 전개해야 한다.

한자 급수 시험에 대하여 찬성 입장인 선찬영 학생은 급수 시험의 필요성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들어 잘 설명하고 있는데다 생각의 흐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설득력이 있었다. 또한 시험을 ‘목표를 정해 놓고 달성하기 위한 방법’ 이라고 정의 내림으로써 자칫 수단이 목적으로 혼동되는 오류를 피했고 한자 실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써 급수 시험이 갖는 효용을 잘 설명하여 급수 시험을 보지 않았을 때와 잘 대비되는 효과를 얻었다. 또한 급수증을 따기 위한 목적에 그치지 않고 익힌 한자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활용 방안까지 든 점도 좋다. 다만 서론 부분에서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한 표현은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반박의 여지가 있으므로 이를 객관화해 표현하고자 노력한다면 한층 돋보이는 글이 될 것이다.

급수 시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인 김종현 학생은 제한된 짧은 분량 안에서도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으로 짜임새 있게 자신의 생각을 잘 전개했다. 서론에서 한자 급수 시험에 대한 과열 양상을 들어 문제를 제기한 뒤 한자 급수 시험이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서 갖게 되는 한계들과 시험에서 실패할 경우 생기는 문제점까지 다각도로 고려하였다. 특히 뒷부분에서는 진정한 공부의 의미를 비유적으로 설명함으로써 표현의 참신함까지 갖추었다.

그러나 결론 부분에서 ‘자격증을 획득하는 것’과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 논지를 흐렸다. 그 수단이 급수증을 따는 것이 아니라면 대안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 논제에서 요구하는 초점을 잘 잡아 결론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경아 고려독서논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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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이는 숙제를 하기 위해 인터넷의 개인 블로그와 홈페이지 등에서 자료를 수집한 뒤, 약간의 편집만 해서 학급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윤정이의 행동에서 문제가 되는 점을 찾아 이유를 밝히고, 정보를 활용할 때의 바람직한 태도를 400자 내외로 쓰세요.

[도덕 6학년 5단원 함께 지키자. 실과 6학년 7-2 전자 우편과 정보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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