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시사이슈로 생각 넓히기]체벌,사랑일까 폭력일까

  • 입력 2006년 9월 12일 03시 00분


《논술공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시사이슈입니다.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크고 작은 사건에는 이해당사자들이 벌이는 치열한 논리 싸움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머리 아프게만 생각하는 시사이슈, 이젠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 주부터 인천 대건고 정용휴 선생님의 ‘시사이슈로 생각 넓히기’ 코너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최근 군산 모 초등학교의 ‘1학년 체벌’, 대구 모 고등학교의 ‘200대 체벌’ 등 교사들의 과잉 체벌 때문에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할 사제 간에 불신과 적대감이 쌓여가고 있다. 이는 체벌에 대한 서로 간의 해석과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이다. 체벌 인정 여부에 대한 주요 논점을 다시 조명함으로써 진정한 사제 간 화합을 다질 수 있는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체벌이란 ‘교육 현장에서 학생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제거하거나 억제하여 교육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로 친권자나 교사가 학생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가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는데 벌(罰)의 하위개념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교편(敎鞭)을 잡는다’에서 채찍 ‘편(鞭)’를 쓰고 있는 것처럼, 체벌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가져왔다. 그러나 최근 한 자녀 가정이 늘고 또한 인간중심주의와 인권에 대한 인식이 부각되면서 이러한 관행에 문제 제기를 시작하고 있다. 결국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상존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교육적 목적의 체벌이 행해졌다. 특히 스파르타의 교육방법은 잔인한(?) 체벌 교육으로 유명하다. 또한 고대 철학자인 플라톤은 철인정치를 주창했다. 때문에 계급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체벌을 뛰어난 이를 일깨우는 중요한 도구라고 인정했다. 반면에 ‘에밀’의 저자인 루소는 체벌에 대해서 다른 견해를 피력한다. 즉, “체벌에 의해 훈련받은 사람은 노예근성만을 배우게 된다”고 주장한다.

체벌의 정당성과 위법성에 관한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례를 보아도 체벌 경위, 방법, 정도 등에 따라 사건 해석이 달라진다. 또한 미국의 경우 27개주는 체벌을 금지하고, 23개주는 허용하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모든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반면에 동아시아 국가는 대부분 가벼운 체벌을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의 경우에도 체벌에 대한 입장이 엇갈려 있는 상태이다. 이는 체벌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한계가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처럼 체벌을 둘러싸고 긍정론자와 부정론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데, 중요한 논점은 무엇인가?

첫 번째 논점은 체벌을 통한 교육적 효과에 대한 찬반의 입장이다. 체벌 반대론자들은 체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단지 피교육자들을 순종적인 인간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자기개선과 사회규범을 따르도록 하여 선악을 구별하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둘째는 ‘피교육자에게 체벌을 가함으로써 이후 이들에게 폭력적 성향을 주는가 아닌가’의 문제이다.

셋째는 ‘체벌 대신 다른 교육적 방법이 있는가 없는가’의 부분이다. 체벌 반대론자들은 교사들의 전문적 역량을 전제한 후, 체벌보다는 피교육자들의 내면 의식에 새로운 가치를 심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찬성론자들은 다양한 학생들을 지도할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에서 최후의 수단은 적절한 체벌이라는 주장을 편다.

넷째는 ‘체벌의 부정적 효과를 찬성한다면 언제부터 금지해야 하는가’ 이다.

결국 체벌에 대한 관점에 따라서 접근의 양상이 다르다. 인권이란 관점에서 보면 체벌은 아동과 청소년을 수동적인 존재로 파악하는 인권침해가 될 것이다. 반면에 교실 질서라는 관점에서는 체벌이 효과적인 질서유지 수단이 될 수 있다. 여러분의 관점은 무엇인지 타당하고 건전한 근거에 기반하여 생각해 보자. 자신이 설정한 관점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관을 정리해 보자.

■ 생각해 보기

1. 일반적으로 벌과 상 중 어느 쪽이 피교육자에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연령, 성별, 지능 혹은 기타 요인에 따라 벌과 상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2. 학교교육을 더 엄격하게 하여 학생들을 도덕적으로 훈련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하는가? 찬성한다면, 요즘 학생들이 1960, 70년대 학생들보다 더 이기적이고 도덕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인천 대건고 정용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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