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 및 국회의 임명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허점투성이’였던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제출됐을 당시에는 전 후보자가 법적으로 헌재 재판관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 재판관을 헌재 소장 후보자로 발표한 것은 지난달 16일. 청와대는 지명 사실을 발표하면서 전 후보자가 재판관직을 사퇴하고 새로 ‘임기 6년’을 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후보자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난달 16일 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전화로 헌재 소장 지명 사실을 알리면서 ‘임기와 관련해 사직서가 필요하다’고 해 헌재 재판관직을 사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전 후보자의 사직서를 정식 수리했다. 전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날짜는 그보다 사흘 앞선 지난달 22일. 노 대통령이 전 후보자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임명동의안 제출 당시 전 후보자가 ‘재판관’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헌재 소장의 임기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 후보자의 경우 재판관 신분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6년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헌재 재판관 및 소장’ 후보자가 아니라 잔여 임기(3년)만 채우는 헌재 소장 후보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전 후보자의 6년 임기 보장을 내걸었지만 임명동의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면 잔여 임기만 채우도록 족쇄를 채운 셈이다.
물론 전 후보자는 국회에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상태에서 지난달 25일 사직서가 수리돼 재판관에서 ‘민간인’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이후 국회 청문회에서 자격 시비가 일었고 중앙인사위원회는 7일 ‘헌재 재판관 및 헌재 소장 임명동의(인사청문)안’이라는 제목의 보정서를 국회에 보냈다.
이와 관련해 임채정 국회의장은 8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유권해석 의뢰를 받고 “임명동의안 제출 시는 재판관 자격이었지만 그 후 전 후보자가 재판관직을 사퇴해서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임명동의안 제출 당시 전 후보자가 재판관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전 후보자 지명, 재판관직 사퇴 및 수리, 국회 임명동의 과정 등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청와대의 착오에 의한 것이든, 다른 의도가 있었든 새로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전 후보자의 재판관직 사퇴서를 수리한 뒤 재판관 및 소장으로 재임명하고 그에 따른 법적 절차를 밟든지, 아니면 재판관 신분을 유지한 채 임기 3년만 채우도록 하든지 해야 하는데 청와대가 무슨 일을 이렇게 하느냐”며 “특정 인사를 헌재 소장에 임명하고 6년 임기를 보장하기 위해 궁리를 하다 보니 이런 혼란이 빚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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