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대법원도 ‘OK’한 사안인 만큼 정치적 꼼수는 없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나 상황은 여권의 희망대로만 가지 않았다.
당장 11일 목영준 헌재 재판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 후보자의 헌재 재판관직 사퇴와 관련해 대법원이 청와대 측과 ‘사전 조율’한 것은 사법부 독립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목 후보자는 “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대법원 비서실장에게 임기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구했고, 비서실장은 대법원장의 승낙을 받아 전 후보자가 사퇴한 후 6년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좋겠다는 검토 의견을 구두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가 대법원에 의견을 구했던 적이 이전에는 전혀 없었다”며 “이번에 청와대가 대법원의 의견을 구한 것은 (대법원장 지명으로 헌재 재판관이 됐던 전 후보자가 사퇴하면)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헌재 재판관 몫이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대법원이 전 후보자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면 대법원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대법원이 청와대 협의에 응해 그 대가로 대법원장 지명 헌재 재판관 몫을 하나 늘렸다면 국회가 대법원장 증언을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헌재 소장 임기와 같은 중요 사안을 전화 한 통화로 해결했다는 것은 대법원의 헌법 인식 수준이 낮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몹시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청와대-대법원 간 사전조율’이란 표현을 쓴 데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전 후보자가 헌재 재판관을 사퇴하는 줄 모르고 대법원장이 후보자 명단을 발표할 경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청와대가 먼저 의견을 구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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